[기업문화-효성그룹(5)]가족가치 중시 선대 회장 지론 따라 일, 가정 균형 강조[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1-13 오후 3:53: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07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효성그룹의 기업문화(5회)]

가족가치 중시 선대 회장 지론 따라 일·가정 균형 강조

아파트 브랜드 명칭도 '백년가약'
아기자기한 가족 개념 짙게 배어


▲ ATM기기(5)효성의 Organization: Job & People

효성의 조직은 ‘아기자기한 가족’의 개념이 배어 있다고 판단된다. 효성의 아파트 브랜드가 ‘백년가약’이다.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비난도 받지만 가족가치를 중시했던 효성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의 지론을 철저하게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중요시 되고 있는 일과 생활의 균형 즉 ‘Work & Life balance’와 같다. 삼성이 직원의 자기계발을 위해 7·4제를 도입한 것보다 수십 년 전에 효성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강조한 셈이다. 효성의 기업문화 중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진단하기 위해서 일(job)과 사람(people)을 보자.

보수적 ·남성적 기업 인식 딛고 유연한 기업 도모

창업자인 조홍제 회장은 ‘기업을 경영하면서 이익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돈보다는 사람의 신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의(義)를 추구하는 이윤추구’라는 명제와 동일하다. 삼성의 이병철 창업주와 동업과정, 비자발적 동업청산 과정에서 인간적 고뇌가 많았을 것이라고 본다. 지분정리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갈등도 경험했다. 사업이라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인데 돈에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동업은 하지 마라’이다. 동업은 언젠가 깨진다는 것이다. 그때는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다’고 말한다. 사업이 잘 되면 서로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서 동업을 깨고 사업이 안 되면 망해 자연스럽게 동업이 종료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독점욕이 강하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독점욕과 더불어 권력욕도 강하기 때문에 다른 누구와 동등한 관계로 권력을 나누기를 원하지 않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동업의 끝이 아름다운 경우는 드물다.

창업자의 경험에 따라 효성은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효성의 인재상은 ‘글로벌 리더’로서 최고를 지향하는 사람, 책임을 다하는 사람, 혁신을 실천하는 사람, 신뢰를 쌓아가는 사람이다. 기업이 대외적으로 제시하는 인재상을 보면서 과연 그런 자질을 가진 ‘A급 인재’를 몇 명이나 데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게 좋은 말만 나열해 놓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A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한 급여와 복지혜택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 부문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효성은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전반에 걸쳐 역량강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은 자신의 업무에 따라 경영전략, 리더십, 마케팅, 회계, 생산·기술 등 5개 분야로 나뉜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효성은 글로벌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외국어, 관련분야 지식 등을 가진 전문가를 양성한다. 직원의 역량개발을 위해 입사 2년 차를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MBA 교육을 시킨다. 종합적 시각을 가진 중간관리자를 양성하는데 MBA과정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2010년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했다. 면접관이 지원서, 개인신상자료 등 지원자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면접을 했다고 한다.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원자는 넘쳐 나는데,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블라인드 면접도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이지만 그 효과는 글쎄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수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국내기업은 영입을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유지노력은 하지 않는다.

삼성보다 더 철저한 관리불구 비효율성에 부진 초래

흔히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의 기업문화 중 두드러진 것을 ‘관리문화’라고 말한다. 효성의 기업문화를 접해 본 사람이라면 효성이 삼성보다 더 관리문화가 강하다고 주장한다.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삼성의 이병철 회장과 동업할 때 맡은 역할이 관리다. 즉 이병철 회장은 사업기획을 담당하고 조홍제 회장이 기업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했다. 특히 조홍제 회장은 ‘계수경영’에 관심이 높아 사업에 관련된 매출, 비용 등을 정확하게 수치화해 의사 결정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어떤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손익을 분석하고 자금계획을 철저하게 세워 빈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이른바 계수경영이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저돌적으로 일단 저질러 보고 관리를 고민한 것과는 정반대 경영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계수경영을 강화하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는 더욱 어렵다. 효성의 사업이 정체되어 있는 이유도 지나친 관리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관리가 단순히 돈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포함함에도 불구하고 조직관리는 느슨한 편이다.

삼성이나 효성이 일본식 철저한 관리문화를 가지게 된 것은 창업주와 회장들이 일본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 2세인 이건희 회장과 조석래 회장도 모두 일본 유학을 다녀왔다. 효성의 기업문화에 일본의 관리문화가 뿌리깊게 배여 있는 이유다. 일본기업의 관리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너무 관리에만 매몰되면서 외부환경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인 IT기술과 정보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효성의 직원들은 보수적이고, 남성위주의 기업문화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부장적인 권위와 유교교육을 받은 창업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홍보 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효성은 스스로 유연하고 탄력적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 들어 3세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효성의 보수적인 문화가 변화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새로운 IT사업을 시작하고, 수입자동차 판매업까지 뛰어드는 것을 보면 좀더 공격적이고 유연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부진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이 살만하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 주체가 직원이 아니라 경영진이기 때문에 위로부터(top-down)의 혁신에 해당돼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직원들이 왜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할까? 효성이 자랑하는 계수경영문화에 매몰된 것은 아닐까? 계수경영이 효과가 있다면 왜 최근에 추진한 사업이 대체적으로 부진할까? 정답은 관리가 비효율적이라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만난 효성의 직원들은 매우 꼼꼼하고 계산이 밝았으나 체계적이지 못했다. 효성이 왜 사업혁신을 시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통 중시하지만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발하지 않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편지경영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에게 매달 전 직원에게 세상사는 이야기에서부터 경영현안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메일을 보낸다. 소위 말하는 소통의 방법으로 이메일을 선택한 셈이다. 이상운 부회장은 다른 대기업의 경영진은 흉내만내다가 그만두는 것에 비해 몇 년 동안이나 유지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의 편지가 소통경영의 표본이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은 의문이다.

효성은 상하/수평 간 의사소통이 창조적 인재를 육성하는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호신뢰의 기반 위에서 하는 의사소통이 우선돼야 된다고 생각했다. 효성 조직을 경험해 보면 조직 분위기가 다른 대기업에 비해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군대식 상명하복, 위계질서가 뚜렷한 다른 대기업과 비교하면 의견개진이 자유롭다. 한국 기업의 회의문화는 경직되어 있다. 자유로운 토론보다는 미리 준비된 자료를 보고하고 참석한 최고 책임자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활발한 토론이나 직원들의 의견개진은 없다.

효성도 외부적으로 선후배가 합심해서 상생(相生)의 분위기를 만들어 의사소통이 활발하다고 소개한다. 직원의 역량개발을 위해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가 가족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직원들도 동료를 경쟁자로 보기보다는 가족과 같이 여기기도 한다. 가족분위기가 있다고 해서 의사소통이 활발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관리라는 말과 소통이라는 말과 상치된다는 주장도 있다. 효성의 사업이 소비재보다는 산업재에 치중되면서 외부와 의사소통의 필요성이 낮았고, 이런 특성은 내부 의사소통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피라미드형 조직체계와 다단계의 직급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실제 수평적 구조의 팀제와 직급 단순화를 채택한 SK의 경우 다른 기업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 직급의 위엄에 눌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던 과거 과장, 대리, 사원 급 직원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기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 잘 정착된 것으로 평가 받는다. SK와 마찬가지로 CJ 등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조직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효성도 구호로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한다고 하지 말고 조직구조를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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