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진단-윤리경영:한국도로공사 2편]영업소 운영권 90% 수의계약 통해 출신 직원에게 배정[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3-01-23 오후 5:02: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 국내와 해외의 연구성과물을 토대로 현실적인 새로운 지표 개발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9월 5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윤리경영 대해부'를 통해 기업을 평가하고 진단함으로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01월 16일자 신문에 실린 [윤리경영 대해부] 한국도로공사 편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업진단-윤리경영]

[김백건(金白巾)의 윤리경영 대해부(20) - 한국도로공사 2 편]

영업소 운영권 90% 수의계약 통해 출신 직원에게 배정

사고차량 경인업체로부터 상습적인 향응접대 받아 충격

실익없는 해외사업보다 국내사업 정상화가 우선

하이패스 충전기 확대 등 고객 서비스 강화 필요


▲ 도로공사 경기본부 Hi-사랑米 사랑나눔



◆Communication(의사결정과정)=도로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이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 전문가가 많다. 자회사나 투자회사는 줄줄이 적자이고, 신설하는 고속도로 중 일부가 경제성이 없는데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업소를 외주하면서 요금 수납이라는 단순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성, 특수성, 경쟁력 등을 운운하며 퇴직 임직원에게 수의 계약해 주는 것도 대표적인 모럴 해저드(morale hazard)라고 볼 수 있다. 추진하고 있는 신설도로도 국민의 이동권확보, 낙후지역 균형개발, 네트워크효율성 제고 등의 이유를 제시하지만 조직을 키우고, 자리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구심을 받는다.



말도 되지 않는 사업이 아무런 제재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내부 의사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사회나 감사 등의 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에는 ‘반부패와 청렴’이라는 주제로 ‘청렴 & 공감 콘서트’를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기존의 단순 인식교육에서 벗어나 사례연구발표, 접수된 고객의 소리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거 찾아가는 윤리교실이라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는 셈이다. 부채가 급증하고, 부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는 관심 없다. 이사들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태만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의 임직원은 자신들이 주인이라고 착각하고 자신들의 이익극대화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국민의 적극적인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각종 사업 투명성 낮아 경영정상화는 요원

◆Stakeholders(이해관계자의 배려)=도로공사는 고객이 왕이고, 고객이 없으면 도로공사도 없다는 판단 하에 고객만족을 주요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고속도로 이용자, 관련 업체 담당자 등이다. 도로공사의 수입은 통행료이고, 통행료를 산출하는 것은 비용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 한국도로공사의 무인수납 차로



2012년 9월 국정감사에서 도로공사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업무 외 용도로 사용하고, 사고차량 견인업체로부터 상습적인 향응과 접대를 받아 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2011년도 국정감사에서도 설계비를 과다 계상하는 등 편법과 부당한 일 처리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통행료 징수기간이 30년이고, 건설유지비 총액 이상으로 통행료를 징수하지 못하도록 유료도로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허점을 악용해 초과징수하고 있다.



도로공사의 주장처럼 운전자를 ‘왕(王)’이 아니라 ‘봉(鳳)’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도로공사는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지만, 장기적인 이윤 추구는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고 믿는다. 비윤리적 경영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실적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윤리경영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도로공사 임직원의 행태를 보면 입으로 하는 주장과는 배치된다.

◆Transparency(경영투명성)=부채비율이 LH공사나 수자원공사에 비해 낮기는 하지만 부채가 25조원에 달하고 있어 부실우려를 낳고 있다. 부채비율이 자본금 대비 99%에 달하고 있다. 경영효율성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도 투명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영업소 외주화 사업도 투명성에서 문제가 있고, 수의계약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2011년 감사원은 고속도로 영업소 경영평가결과 하위 1% 이하 업체에 경고 조치하고 3회 이상 경고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실제 계약을 해지한 사례는 단 1건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은 고속도로 영업소의 통행료 수납업무가 수의계약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총 313개소 중 277개소에 대해 희망퇴직 직원과 높은 낙찰률로 수의 계약을 해 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영업소 운영권의 90%가 수의계약을 통해 도로공사 직원 출신들에게 배정됐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사업, 도로자산 및 역량 활용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계약, 법률 등 해외사업 전문역량을 강화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시장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수익성 있는 사업을 하기 위해 기술용역에서 투자, 설계시공 일괄입찰, 첨단교통관리 등의 사업으로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폐도나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복합휴게시설, 물류시설도 개발하고 있다. 민자고속도로 운영관리 및 기술자문 수탁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물류기지 구축사업도 정부의 정책이 아니고 자체 부대사업에 불과하다.

자회사나 출자회사도 과다하고 경영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도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KESTA Corp., 한국건설관리공사, DB정보통신, 행담도개발, KR산업, 드림라인, 서울춘천고속도로, 부산울산고속도로 등에 출자를 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도로공사가 출자한 회사 8곳 가운데 5곳이 적자다. 적자가 난 곳은 한국건설관리공사, 드림라인, 서울춘천고속도로, 부산-울산고속도 등으로 약 600억 원에 달한다. 미국에 설립한 회사는 설립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적은 ‘제로’다.

도로요금도 원가에 기반해 책정하는데 원가를 공개하지 않거나 이익을 숨겨 비난을 받는다. 2012년 8월 국회예산정책처는 도로공사가 918억 원의 이익을 원가에 반영하지 않고 합리적 요금산정이 되지 않았다고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공공요금 결정과정, 사업의 내용, 소비자 알권리 충족을 위해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숨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부당하게 높은 요금을 받았으면 최소한 부채라도 줄여야 하지만 오히려 늘고 있어 더욱 비난을 받는다.

국내사업의 효율성을 높여 경영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

◆Reputation(사회가치 존중)=도로공사가 매년 3억5000만원의 현금을 출연하는 (재)고속도로장학재단은 고속도로 교통사고 및 고속도로 건설/유지와 관련한 안전사고로 사망한 자, 장애인의 가족에 대한 장학사업을 한다. 나름 좋은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퇴직자에게 일감을 몰아준 금액과 비교하면 장학사업에 출연하는 금액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헌혈운동이나 각종 사회공헌사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해외사업팀을 신설한 후 2009년부터 실익도 없는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국내 도로 건설/운영/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해 부채문제를 해소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주장한다. 2014년부터는 자원개발과 인프라를 연계한 도로개발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친다. 도로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누적매출이 95억원에 달하며 지속적으로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국내 도로 건설과 운영에서도 막대한 손실을 내는 도로공사가 사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사업을 하겠다는 발상도 놀랍고, 목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내 민간기업과 동반 진출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지만 결국 민간기업이 하는 사업에 동참해 이익은 쥐꼬리만큼 챙기고 위험은 황소만큼 크게 안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국내에서 쌓이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해외에서 외화벌이 흉내내기로 몇 푼을 버는 것보다 우선해야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모양이다.

주말 통행료 할증과 화물차의 심야할인 등의 제도 도입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교통량을 분산하고 도로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실제 도입 이후 의도한 효과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이패스 이용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주간에는 휴게소에서 충전이 가능하지만, 야간에는 충전을 할 곳도 없다. 무인충전기가 일부 휴게소에 설치돼 있지만 찾기도 어렵고, 수수료를 내야 한다. 도로공사 직원들에게 야간근무까지 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이용객의 편의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8-Flag Model로 측정한 도로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

지금까지 진단한 내용을 바탕으로 ‘8-Flag Model’로 측정한 도로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를 종합하면 그림과 같다. 도로공사는 윤리헌장, 제도운영, 윤리교육프로그램은 보통수준을 유지했지만 다른 영역은 모두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인 없는 곳이 공기업이고, 임직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전형이 도로공사였다. 경영합리화나 효율을 위해 노력한다는 어떤 징후도 찾기 어려웠다.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과 복지를 위해 일을 하고, 퇴직 이후도 서로 협력해 챙겨주면서 국민의 세금을 축내고 있었다. 윤리경영을 통한 경영혁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 준 공기업이다.

고객을 중시한다는 구호를 자주 외치지만 정작 고객으로서 존중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아 본적이 없다. 비효율적으로 관리되는 도로가 너무 많고,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업목적과 연관성도 없는 사업을 벌이는 데는 경영진과 직원들이 한 몸 한 뜻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리더십도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공익성을 우선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누구도 공익성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어 내부의사소통도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봤다.

이해관계자도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고객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고객의 이익을 소홀히 하고 임직원의 이익만 우선하고 있었다.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공정한 원가산정을 위한 정보공개노력도 하지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 경영노하우로 해외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주장은 코미디다. 해외사업을 하는 열정과 노력으로 국내 사업 정상화를 먼저 해야 한다. 급증하는 부채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자리를 늘리기 위해 경제성도 없는 도로건설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감추기 어렵다.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기 위한 노력도 진정성을 엿볼 수 없다.

도로공사의 윤리경영을 진단하고 평가하면서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도대체 국회나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정감사에서 큰소리나 치고, 뒷북 감사로는 윤리경영을 정착시킬 수 없다. 공기업 경영혁신을 위해서 조직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고 임직원의 태도(attitude)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방책을 찾아내야 한다. 공기업 개혁을 늦출 경우 국가재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국민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키워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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