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동부그룹(2)]IMF외환위기 겪은 후 동부식 경영시스템 추진[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08월 28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동부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동부그룹 편(2)] (2)동부그룹의 비전 : 목표와 책임
IMF외환위기 겪은 후 '동부식 경영시스템' 추진
우수 글로벌 회사’ 비전과 미션 사업보국과 연결
2000년대 초 삼성맨 대거 영입…시스템 경영 성과 미흡
도전적 목표 설정‧책임경영 주문
(2)동부그룹의 비전 : 목표 와 책임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동부는 1969년 창립한 이후 단기간에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건설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대기업처럼 사업 영역을 점차 넓혀 나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경기 침체상황에서도 가전, 발전, 농업, 각 분야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동부의 미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동부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실제 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동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우수 글로벌 회사’ 비전과 미션 사업보국과 연결
동부의 비전(Vision)은 ‘An Excellent Global Company’이다. 의미는 우수 글로벌기업인데, 동부가 하는 사업이 세계적이 되어 인류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미션(Mission)은 ‘동부가 기업가정신과 혁신으로 동부가 참여하는 모든 사업에서 글로벌 전문기업이 되어 가장 높은 이익률과 성장률을 만들어내고, 경영의 모든 면에서 지속적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된다’이다.
▲ 동부그룹 사옥 전경
미션에 관련된 3대 이니셔티브는 ‘글로벌화, 전문화, 고부가가치화’로서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방향, 선제, 정책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글로벌화는 글로벌 역량을 확보해 세계인과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경영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화는 어떤 산업영역이던 1위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기 때문에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를 해야 한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전문영역을 확보하게 되면 파생 제품이나 서비스로 확대해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 전문화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의 유치와 육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고부가가치화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고기술개발, 혁신적인 경영으로 최초(the first), 최고(the best)의 제품을 만들어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화된 기술은 원가를 최소로 낮춰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한다.
고성과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기반역량을 최고 인재, 앞선 제도, 고객중심, 기술중시 등으로 삼고 있다. 최고 인재는 경영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우수인재 및 후계자의 확보·양성, 적재적소 인사, 구성원들의 창의적·자율적 성과몰입을 위한 제도 및 조직운영, 철저한 윤리경영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앞선 제도는 업무처리 절차나 방법을 개선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선진기업의 새롭고 혁신적이며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해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고객중심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때 회사의 이익이 창출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고의 질과 최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업무가 고객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혁신과 마케팅을 수행한다.
기술중시는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다. 기술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건설, 물류, 금융,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전문화된 기술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2000년대 초 삼성맨 대거 영입…시스템 경영 성과 미흡
김준기 회장은 IMF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동부그룹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김 회장은 특히 기존 현대그룹, 대우그룹이 해체한 것과 달리 삼성이 삼성전자를 필두로 IT경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에는 경영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을 하고 2000년대 초부터 삼성맨들을 대거 영입했다. 시스템경영의 전도사로 불리던 삼성 SDS 사장이었던 이명환 씨도 이 때 영입했다. 시스템 속에서 집중적으로 훈련 받은 삼성 출신들을 대거 활용하면 동부 고유의 경영 시스템을 보다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조차도 시스템경영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고, 시스템경영에 대한 용어 정의조차 하지 못하면서 시스템경영은 표류하였다.
▲ 동부화재는 승진한 신임과장과 가족 120명을 초청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축하연을 개최했다.
선진시스템경영을 만들자는 운동은 목표설정은 명확했지만 방법은 적합하지 않았다고 본다. 삼성과 동부의 기업문화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고, 사업구조도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이 장기간의 정치권 및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사업적인 특혜를 받았던 것인데, 동부는 그런 관계가 전혀 없다. 삼성 출신들이 동부에 와서 삼성에서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 삼성의 명함을 들고, 과천 정부청사를 방문할 때와 동부의 명함을 들고 갈 때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본인들조차도 자신의 능력 때문에 지원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던 것이다.
시스템 경영을 통해 제2의 혁신을 하고자 했지만, 의도한 성과가 나지 않자 2007년부터 현장 실무형 인재를 위주로 조직을 개편했다. 동부가 도약하기 위한 5대 혁신과제를 선정했는데, 최고 인재, 앞선 제도, 고객 중심, 기술중시, 글로벌화 등이다. 2010년 이 혁신과제를 다시 정돈하면서 기반역량으로 정의했고, 글로벌화만 별도의 어젠다로 분리했다. 글로벌화를 전문화,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3대 이니셔티브로 정했다. 기업경영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성장기반을 강화한다.
동부가 자생적 혁신목표를 선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보인다. 흩어져 있던 사업을 7대 사업분야로 정돈하고 동부경영시스템을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이다. 선진기업을 모방하는 자사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부에서 유능한 인사 몇 명 영입한다고 곧바로 선진경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도전적 목표 설정‧책임경영 주문
동부의 각종 자료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명확한 그룹의 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실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체계적인 목표를 세울 정신적 여유가 없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기업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김준기 회장은 2007년까지를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해라고 말하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다. 기존의 동부와 2007년 이후의 동부의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 동부화재는 승진한 신임과장과 가족 120명을 초청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축하연을 개최했다.
당시 김준기 회장은 도전적인 경영목표를 세우라고 독려했다.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해선 원대한 목표를 세울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달성의지를 높이고, 기업성장을 촉진시킨다고 봤다. 이어 2010년 김준기 회장은 그룹 워크숍에서 “계수 위주의 관리자형 경영에서 벗어나 달성 가능한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업가형 경영계획을 실천해 달라”고 말했다. 경영목표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다. 매년 기계적으로 몇 퍼센트 성장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혁신적인 목표를 설정하라는 요구다.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것도 매우 추상적인 표현이다. 개개인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달성 가능한 목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회장이나 오너는 월급쟁이 경영자에게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고 요구하고, 경영자는 자신의 성과급이 결정되는 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낮추기 위해 투쟁한다. 달성 가능한 목표를 잡으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스탠더드(standard)경영계획이다. 스탠더드경영계획은 사업가형 경영계획을 지향하는 새로운 예산제도로 각 계열사가 자기책임 하에 스스로 성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시스템에 의한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가능케 한다.
동부는 2013년 들어서도 계열사별 경영목표를 발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찾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동부익스프레스는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영업경쟁력 강화, 원가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은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겠다는 뜻이지만 어떻게 해야 영업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이 강화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부적으로는 세부추진계획을 세웠다고 하지만 특별한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결국 경기불황으로 인해 매출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비용이라도 줄여보자는 구상에 불과하다. 고객가치창출을 하겠다는 것도 서비스보다는 고객비용을 줄여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전사적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원가절감운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08월 28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동부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동부그룹 편(2)] (2)동부그룹의 비전 : 목표와 책임
IMF외환위기 겪은 후 '동부식 경영시스템' 추진
우수 글로벌 회사’ 비전과 미션 사업보국과 연결
2000년대 초 삼성맨 대거 영입…시스템 경영 성과 미흡
도전적 목표 설정‧책임경영 주문
(2)동부그룹의 비전 : 목표 와 책임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동부는 1969년 창립한 이후 단기간에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건설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대기업처럼 사업 영역을 점차 넓혀 나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경기 침체상황에서도 가전, 발전, 농업, 각 분야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동부의 미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동부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실제 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동부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우수 글로벌 회사’ 비전과 미션 사업보국과 연결
동부의 비전(Vision)은 ‘An Excellent Global Company’이다. 의미는 우수 글로벌기업인데, 동부가 하는 사업이 세계적이 되어 인류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미션(Mission)은 ‘동부가 기업가정신과 혁신으로 동부가 참여하는 모든 사업에서 글로벌 전문기업이 되어 가장 높은 이익률과 성장률을 만들어내고, 경영의 모든 면에서 지속적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된다’이다.
▲ 동부그룹 사옥 전경
미션에 관련된 3대 이니셔티브는 ‘글로벌화, 전문화, 고부가가치화’로서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방향, 선제, 정책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글로벌화는 글로벌 역량을 확보해 세계인과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경영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화는 어떤 산업영역이던 1위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기 때문에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를 해야 한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전문영역을 확보하게 되면 파생 제품이나 서비스로 확대해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 전문화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의 유치와 육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고부가가치화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고기술개발, 혁신적인 경영으로 최초(the first), 최고(the best)의 제품을 만들어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화된 기술은 원가를 최소로 낮춰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한다.
고성과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할 기반역량을 최고 인재, 앞선 제도, 고객중심, 기술중시 등으로 삼고 있다. 최고 인재는 경영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우수인재 및 후계자의 확보·양성, 적재적소 인사, 구성원들의 창의적·자율적 성과몰입을 위한 제도 및 조직운영, 철저한 윤리경영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앞선 제도는 업무처리 절차나 방법을 개선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선진기업의 새롭고 혁신적이며 선진화된 제도를 도입해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고객중심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때 회사의 이익이 창출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고의 질과 최저 가격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업무가 고객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혁신과 마케팅을 수행한다.
기술중시는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다. 기술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건설, 물류, 금융,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전문화된 기술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2000년대 초 삼성맨 대거 영입…시스템 경영 성과 미흡
김준기 회장은 IMF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동부그룹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김 회장은 특히 기존 현대그룹, 대우그룹이 해체한 것과 달리 삼성이 삼성전자를 필두로 IT경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에는 경영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을 하고 2000년대 초부터 삼성맨들을 대거 영입했다. 시스템경영의 전도사로 불리던 삼성 SDS 사장이었던 이명환 씨도 이 때 영입했다. 시스템 속에서 집중적으로 훈련 받은 삼성 출신들을 대거 활용하면 동부 고유의 경영 시스템을 보다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조차도 시스템경영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고, 시스템경영에 대한 용어 정의조차 하지 못하면서 시스템경영은 표류하였다.
▲ 동부화재는 승진한 신임과장과 가족 120명을 초청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축하연을 개최했다.
선진시스템경영을 만들자는 운동은 목표설정은 명확했지만 방법은 적합하지 않았다고 본다. 삼성과 동부의 기업문화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고, 사업구조도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이 장기간의 정치권 및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사업적인 특혜를 받았던 것인데, 동부는 그런 관계가 전혀 없다. 삼성 출신들이 동부에 와서 삼성에서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 삼성의 명함을 들고, 과천 정부청사를 방문할 때와 동부의 명함을 들고 갈 때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었다. 본인들조차도 자신의 능력 때문에 지원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던 것이다.
시스템 경영을 통해 제2의 혁신을 하고자 했지만, 의도한 성과가 나지 않자 2007년부터 현장 실무형 인재를 위주로 조직을 개편했다. 동부가 도약하기 위한 5대 혁신과제를 선정했는데, 최고 인재, 앞선 제도, 고객 중심, 기술중시, 글로벌화 등이다. 2010년 이 혁신과제를 다시 정돈하면서 기반역량으로 정의했고, 글로벌화만 별도의 어젠다로 분리했다. 글로벌화를 전문화,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3대 이니셔티브로 정했다. 기업경영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성장기반을 강화한다.
동부가 자생적 혁신목표를 선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보인다. 흩어져 있던 사업을 7대 사업분야로 정돈하고 동부경영시스템을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이다. 선진기업을 모방하는 자사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부에서 유능한 인사 몇 명 영입한다고 곧바로 선진경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도전적 목표 설정‧책임경영 주문
동부의 각종 자료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명확한 그룹의 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실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체계적인 목표를 세울 정신적 여유가 없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기업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김준기 회장은 2007년까지를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해라고 말하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다. 기존의 동부와 2007년 이후의 동부의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
▲ 동부화재는 승진한 신임과장과 가족 120명을 초청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축하연을 개최했다.
당시 김준기 회장은 도전적인 경영목표를 세우라고 독려했다.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해선 원대한 목표를 세울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달성의지를 높이고, 기업성장을 촉진시킨다고 봤다. 이어 2010년 김준기 회장은 그룹 워크숍에서 “계수 위주의 관리자형 경영에서 벗어나 달성 가능한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업가형 경영계획을 실천해 달라”고 말했다. 경영목표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다. 매년 기계적으로 몇 퍼센트 성장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혁신적인 목표를 설정하라는 요구다.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것도 매우 추상적인 표현이다. 개개인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달성 가능한 목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회장이나 오너는 월급쟁이 경영자에게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고 요구하고, 경영자는 자신의 성과급이 결정되는 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낮추기 위해 투쟁한다. 달성 가능한 목표를 잡으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스탠더드(standard)경영계획이다. 스탠더드경영계획은 사업가형 경영계획을 지향하는 새로운 예산제도로 각 계열사가 자기책임 하에 스스로 성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시스템에 의한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가능케 한다.
동부는 2013년 들어서도 계열사별 경영목표를 발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찾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동부익스프레스는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영업경쟁력 강화, 원가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은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겠다는 뜻이지만 어떻게 해야 영업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이 강화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부적으로는 세부추진계획을 세웠다고 하지만 특별한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결국 경기불황으로 인해 매출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비용이라도 줄여보자는 구상에 불과하다. 고객가치창출을 하겠다는 것도 서비스보다는 고객비용을 줄여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전사적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원가절감운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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