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대림그룹(5)]돈은 빌려도 사람은 못빌려 정실배제 채용·공정한 인사[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3-12-29 오후 3:34: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09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대림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대림그룹 편(5)] (5)대림그룹의 조직

"돈은 빌려도 사람은 못빌려" 정실배제 채용·공정한 인사



‘멀리 내다보고, 으뜸이 된다’ 등 ‘한숲인’ 7가지 덕목 제시



건설업 특유 협동‧실천정신과 도전정신 높이살 만



글로벌 전문가 육성 강조 속 ‘영어’에만 치중 아쉬움

 

(5)대림의 조직: 일 & 사람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국내 중견 대기업의 기업문화는 명확한 특성을 찾기 어렵다. 대림도 마찬가지로 대림의 기업문화가 어떤 것인지 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대림맨(대림에 근무하는 임직원을 말함)들을 만나도 다른 기업의 직원들과 구별되는 특징은 없었다. 한국의 조직은 모두 업무 분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데, 대림도 마찬가지다. 대림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멀리 내다보고, 으뜸이 된다’ 등 ‘한숲인’ 7가지 덕목 제시



대림의 제시하는 인재상은 한마디로 ‘한숲인’이다. 한숲은 ‘대림(大林)’의 한글풀이로 쾌적함, 풍요로움, 광대 무한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설립 초기에는 부림상회였는데, 건설업을 시작하면서 대림으로 이름을 바꿨다. 대림이 제시하는 한숲인 상은 ‘멀리 내다본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 자기 일에 으뜸이 된다, 팀워크를 이룬다, 근검·절약한다, 고객을 잘 안다, 약속을 지킨다’ 등 7가지 덕목을 가진 사람이다. 자료마다 나열하는 순서가 다르고 명확하게 의미를 설명한 자료를 찾기도 어렵다. 처음부터 7가지 덕목을 정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고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정립되지 않았나 판단된다.



하지만 7가지 덕목을 분류해 보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이 제시하는 5-DNA에 대부분 포함된다. ‘멀리 내다본다’는 첫 번째 DNA인 비전(Vision) 설정을 말하며 조직의 구성원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과정이다. 또 ‘멀리 내다본다’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약속을 지킨다’는 비전의 요소(element)인 책임(responsibility)과 관련되어 기업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두 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의 발굴과정, ‘고객을 잘 안다’는 사업의 요소인 시장(Market)과 연관된다. 기업이 하나의 아이템으로 영속적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 물론 인간생활의 기초가 되는 의식주와 연관된 아이템을 주력으로 해 1000년 동안 살아남은 기업도 일본에 있다. 하지만 한가지 아이템만 고집하면 대부분 몇 십 년도 되지 않아 망한다. 고객의 니즈(needs)는 항상 변하기 때문에 ‘고객을 잘 안다’는 시장변화를 따라가는데 매우 중요하다.


▲ 대림그룹 사옥 전경



‘자기 일에 으뜸이 된다’는 세 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와 연관된다. ‘팀워크를 이룬다’는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의 사람(People)의 핵심이다. ‘근검·절약한다’는 자기관리의 기본으로 사람의 태도에 해당된다. 7가지 덕목은 나름대로 잘 정리되어 있지만 시스템(System)이나 업무(job) 등과 관련된 덕목이 없어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부 뜬 구름 잡는 식의 인재상을 제시하는 다른 기업에 비해서는 발전된 형태이지만 수정 보완해야 할 여지도 많다.



건설업 특유 협동‧실천정신과 도전정신 높이살 만



대림은 인재를 채용하면서 새로운 도전, 함께 하는 정신, 올바른 실천 등을 강조하며 이는 창의적인 도전정신, 바른 가치관, 조직 친화력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채용과정에서 면접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한숲인상의 7가지 덕목은 명확한데, 이를 해석해 제시하는 인재상은 뚜렷하지 않다. 새로운 도전과 창의적인 도전정신, 함께하는 정신과 조직친화력, 올바른 실천과 바른 가치관 등이 연관된 개념이다. 일부 개념은 연관성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일부는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새로운 도전과 창의적인 도전정신은 도전정신을 강조한 것은 동일하다. 새로운 것과 창의적인 것은 동의어는 아니지만 유사어에 가깝다. 새로운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고, 다양한 지식과 산업의 융·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창의성과도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함께하는 정신도 협동을 강조하기 때문에 조직친화력과 유사한 개념이다. 그러나 올바른 실천과 바른 가치관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올바른 실천은 바른 가치관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종속관계다. 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모든 행동을 올바르게 한다.



대림의 인재관은 창업자 이재준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한다. 사업에 필요한 돈은 빌릴 수 있고, 일을 하는데 필요한 기계는 살 수 있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라고 믿었다. 직원은 돈을 벌어 줄 수도 있고, 손해를 끼칠 수도 있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됨됨이가 제대로 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사업의 출발점이라고 본 것이다.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은 채용 면접장에 ‘관상’을 보는 사람을 배석시켜 최종결정을 하기 전에 조언을 받았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삼성그룹 출신들 중에는 소위 말하는 ‘배신자’가 적은 이유도 관상을 보고 배신을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이재준 회장은 채용과정에는 정실이 끼이지 않도록 했고, 인사가 공정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대림산업이 수십 년 동안 관급공사를 하면서도 정치인, 관료들과 부정적인 인사청탁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웠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은 관행처럼 뇌물을 제공하는 대신 퇴직 관료나 퇴물 정치인을 높은 자리로 모시고, 많은 급여를 지급한다. 그들이 직접 입사하지 않으면 그들의 자녀를 방패막이로 채용한다. 이들이 능력이 있어 사업에 도움이 되면 문제가 없지만, 받아가는 급여에 비해 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다른 직원에 비해 무능한 직원을 채용해 우대하게 되면 조직 내부의 사기가 저해된다. 아무리 퇴물 정치인과 퇴직 관료가 로비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벌금을 면제해 준다고 해도 이들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기업이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돈을 벌면 직원들은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죄의식을 갖는다. 대기업 직원들은 공부도 많이 했고 똑똑하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도는 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비윤리적인 행위를 보고도 눈을 감아야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대림이 주장하는 도전, 협동, 실천은 건설업에서 출발한 현대그룹의 정신과 비슷하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해야 하고,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협동해야 하는 건설업의 속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실천은 현대그룹의 현장 중시형 기업문화의 표현이다. 다양한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대림의 직원들이 도전, 협동, 실천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대림산업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베트남, 중동시장에서 치열한 싸움을 해 국내사업에만 몰두한 다른 대기업과 비교하면 도전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글로벌 전문가 육성 강조 속 ‘영어’에만 치중 아쉬움



최근 자료를 보면 대림은 기존의 인재상과 정신에 21세기 변화에 적합한 인재상을 융합하고 있다. 기존의 인재상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환경이 복잡해지고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면서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해졌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 말처럼 천재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천재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훌륭한 인재를 채용해 자사의 기업문화에 적합하도록 육성해야 한다.


▲ 대림산업이 태양광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적용한 정릉 2차 e-편한세상.



대림은 글로벌 전문가육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은 자율형 학습지원, Business English SkilUp과정, 해외건설영어 몰입 과정 등이 있는데 모두 영어학습에 관련되어 있다. 글로벌역량 향상이 영어로만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인식수준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대림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언어교육뿐만 아니라 글로벌 문화, 역사, 정치, 경제 등에 대한 교육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현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글로벌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체류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현지인들의 관습을 존중해야 하는데, 한국식 혹은 미국식 기준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 기업은 직원을 파견하면서 관련 국가의 언어를 배우게 한 후, 문화부터 배우도록 한다. 문화를 이해해야 현지에 도착해 현지인과 원활하게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도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대한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도 국내 건설업체들이 중동에서 제3세계의 근로자를 군대식으로 통제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독해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국내 공기업 직원들이 음주가 금지된 중동국가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해당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용인되지 않는 행위가 빈발하면서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깎이고 있다.

언어는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고, 언어보다는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콘텐츠의 질(quality)이 언어의 가치(value)를 결정한다. 언어도 영어만 배우는 것도 힘들겠지만 아랍어, 베트남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등 현지어도 배워야 한다. 현재의 수준으로 대림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재육성프로그램의 혁신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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