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삼성의 미래(민진규 저) - 책 속으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8-09-26 오전 7:50:00
대기업도 3대까지 넘어가지 못하고 망한 사례가 많아

한때 재계 서열 상위권에 입성했지만 3대를 넘기지 못하고 망한 대기업의 사례도 셀 수 없이 많다. 최고 권력자와 정치적으로 마찰을 빚다가 망한 국제그룹, 율산그룹 등과 같이 억울한 기업도 있었지만 대부분 무리한 사업 확장, 막대한 차입, 독단적인 경영 등이 그룹 붕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기업 체제가 잘 유지된 198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국제그룹, 율산그룹, 동아그룹, 신동아그룹, 한보그룹, 대우그룹, 진로그룹, STX그룹, 동양그룹 등이 1대나 2대를 넘기지 못했다. 일부 대기업은 명맥은 겨우 유지하고 있지만 2대, 3대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사세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현재 10대그룹의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도 3대를 넘기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삼성그룹(이하 삼성)도 창업자 이병철 회장에서 아들 이건희로 이어진 이후 경영권 세습이 멈춰진 상태이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동거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SK그룹은 창업자인 최종건 회장에서 동생인 최종현 회장으로 1.5대, 그리고 최재원 회장으로 2대로 넘어와 있다. 최근 급성장한 롯데그룹도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이 여전히 생존해 있고, 아들 신동빈이 회장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형제간의 상속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삼성의 사업도 대부분 위기에 봉착해 미래가 밝지 않아

현재 삼성의 후계자로 불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겪고 있는 위기는 이병철 회장의 부정축재와 밀수 논란, 이건희 회장의 정치자금과 권한남용 등과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과거 우호적인 정치권과 협상해 무난하게 수습한 것과 달리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위기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은 다른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경제력으로 한국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주력사업의 성장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 계열사 대부분도 장기적으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삼성전자도 선진국 기업들과 기술격차가 나고, 중국 업체들이 바짝 추격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의 매출액이 전체의 90%에 달한다. 가전사업도 이미 중국의 하이얼과 같은 업체와 경쟁이 버거운 상태이며 전성기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삼성중공업의 조선, 삼성물산의 건설과 섬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국내 보험 등도 사양산업으로 전락했거나 성장이 정체돼 있다.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제일기획 등은 삼성전자의 일감몰아주기가 없다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계열사로 평가를 받는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도 망한다는 유언비어는 삼성에 도움이 안 돼

삼성의 이해관계자를 포함해 한국 국민 대부분은 삼성과 다른 대기업이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이 망한다고 한국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다른 대기업도 많이 망했지만 오너만 퇴출됐지 기업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또한 한국 국민들이 삼성을 싫어하고 정치권이 삼성을 괴롭히면 삼성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근거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다거나 자폭해 망하면 한국도 망할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사회에 유통되는 것도 삼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삼성으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받았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우호적인 정치인, 언론인, 학자, 경제인, 각계 전문가 등이 유언비어의 진원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발상이나 극단적인 논리 자체가 우려된다.

삼성도 철학이 깃든 시스템을 구축해야 3대를 넘을 수 있어

‘부자 3대 없다’는 속담이 통용되는 한국사회에서 12대, 300년 동안 부를 세습한 경주 최부자집은 경제력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공존공영’하겠다는 철학을 무기로 부를 유지했다.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고,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말라, 사방 100리 안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등의 가훈은 현대 대기업 오너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처신법이다.

삼성의 오너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경주 최부자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후자가 전자보다 사회구성원으로부터 더 큰 존경을 받았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최부자는 12대가 모두 낙타를 타고 바늘구멍을 통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도 존경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어렵게 쌓은 재산과 권력을 3대, 4대, 5대로 넘기려면 경영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 입으로 떠드는 구호가 아니라 진심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경영철학을 연구해 윤리경영의 기준을 설정하고, 삼성 임직원 모두의 생활 속에 녹아들 수 있는 기업문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더불어 잘 살겠다는 정신이 깃든 윤리경영과 기업문화가 21세기 삼성의 경영철학으로 자리매김할 때 삼성은 지속가능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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