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중국의 정치개혁과 그 전망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05-31 오후 2:29:00
한반도의 정치환경이 급격하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의 정치개혁에 관한 칼럼을 발견하였다. 국가정보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이 칼럼의 저자는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총재로, 통일원 상임연구위원을 거쳐 통일 연수원장을 역임했다. 기자로 출발해 3선 국회의원까지 했다.

1. 정치개혁논의의 대두와 확산

중국에서 정치개혁의 바람이 크게 일고 있다. 흔히 개혁이나 혁명은 주도세력의 성향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된다. 주도세력이 지배층일 경우 “위로부터의 혁명", 하층 피지배집단일 경우 ”아래로 부터의 혁명"이라 부르고 주도세력이 지배층이나 피지배층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사회적 신분집단으로서의 지식인들이 개혁의 줌심에 설 경우 이를 막스 붸버는 “옆으로부터의 혁명”이라고 불렀다.

현재 중국에서는 위로부터, 아래로부터, 옆으로 부터 정치개혁의 바람이 일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위로부터’즉 중국의 최고지도층에서 정치개혁문제가 제기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2010년 8월 선전(深玔)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개혁문제를 들고 나왔으며 작년 3월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약칭 전인대)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시금 정치개혁문제를 공공연히 거론했다. 또 금년 3월에도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정치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문화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아래로부터’의 개혁요구는 매년 12만 건을 넘는 당정(黨政)에 대한 민간항쟁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항쟁들은 중국공산당에 대한 개혁요구라기보다는 일선행정기관이나 당 간부들의 비리, 부패, 독직(瀆職)에 대한 시정요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개혁논의는 중국의 경우 중국현대사가 보여주듯 아래로부터 보다는 위로부터 추진되는 개혁논의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중국에서의 정치개혁운동은 이른바 반체제 지식인(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 등)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중국공산당을 지지하면서도 중국이 더 큰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경제에 못지않게 정치에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체제내적 지식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 예로 베이징 정경대학의 위커핑(兪可平)교수의 주장을 보자. 그에 의하면 1978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제개혁은 지난 30년 동안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가져왔는데 이제는 바로 이렇게 이룩된 경제성장이 중국의 정치와 국가운영(Governance)에 심각한 변화를 일으킬 조건들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통치변화의 5개항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인즉 ① 앞으로 중국은 일원화된 통치에서 다원화 된 통치로,②집권에서 분권으로,③인치(人治)에서 법치(法治)로,④규제정부에서 공공봉사 정부로,⑤당내민주에서 사회민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중국의 정치모델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모델이나 또 서방 국가의 자본주의 모델과도 확연히 다르며 그 특징으로 첫째 당 조직을 위주로 하는 다원화된 통치구조, 둘째 핵심가치를 안정(安定)에 두는 통치구조, 셋째 법치와 인치가 동시에 작용하는 통치구조라고 했다. 이것이 이른바 중국특색적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 같다.

2. 정치개혁논의의 관점 차이

오늘날 중국의 정치개혁은 이를 주장하는 입장에 따라 관점이 상이하다. 농민들 차원에서는 당과 관료의 부패, 독직, 인권유린을 막고 선정(Good Governance)을 펴라는 행정개혁에 정치개혁의 중점을 두지만 지식층의 정치개혁은 중국의 정치가 경제발전수준에 걸맞도록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식인들은 건국 초기에는 국권확립이 초미의 과제였기 때문에 인민주권보다는 공산당 독재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당의 일방적인 위민(爲民)정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치의 확립과 인민의 참여폭 확대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중국 현직(現職)지식인들은 실제로는 등소평 시대의 지식인, 전문인 우대정책에 힘입어 공산당과 긴밀히 유착하고 있다. 이들은 공산당이 필요로 하는 국가발전의 기술적, 이론적 측면을 지원하고 공산당은 이들의 건의를 실천하면서 지식인들의 권익을 존중해주었다. 이 때문에 오늘의 중국지식인들은 많은 예외가 있지만 중국이 처한 역사적 현실에 비추어 공산당의 일당체제는 불가피하며 현재의 통치모델을 유지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오늘날 중국공산당의 고위 간부들도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인민들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우선 인민들의 불만은 경제발전으로 높아진 권리의식에 상응하는 정치발전이 따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둘째 법치가 확립되지 않은데다가 공직의 부패와 특권의 폐해가 너무 심각하다. 셋째 사회안전망은 취약하고 지역 간, 계층 간, 도농 간 격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넷째 정부행정도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중국에서의 정치개혁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점차 공산당이 해결해야할 필수적 과제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정치개혁논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어떠한 개혁논의도 공산당의 영도를 전제로 한 수직적 민주주의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한계다. 즉 공산당은 중국의 사상, 정치, 조직, 군사를 영도하며 어떠한 세력도 이에 맞설 수 없고 영도자의 교체는 당내 민주절차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년 3월 우방궈(吳邦國)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중국은 어느 경우에도 다당제나 삼권분립 같은 서방제도를 따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정치개혁의 한계를 명확히 밝힌 발언이다.

3. 정치개혁의 방향타로서의 계급혁명과 일당독재

모택동이 문혁(文革)이라는 극단적인 개혁노선을 선택한 것은 가열한 계급투쟁이 없는 한 중국에서의 공산화 개혁은 결코 완수될 수 없다는 상황평가-물론 다른 정략적 이유가 더 크지만-의 산물이었다. 등소평은 계급투쟁노선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를 청산했으나 이 반면 훈련된 조직을 가진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중국의 안정과 발전, 중국이 꿈꿔온 4대현대화를 이루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았다.

이들 두 영도(領導)들 사이의 공통점은 양자 공히 서구의 제도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이를 중국화 시켜 거기에 합당한 명칭을 부여한 점이다. 모택동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중국현실에 창조적으로 적용한다는 명분하에 모택동주의를 만들었다. 등소평은 서구의 시장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이를 중국현실에 대입하는 명분으로 사회주의 초기단계론을 들고 나왔다. 중국이 사회주의의 높은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약100년가량 공산당의 일당체제하에 사회주의 초기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하고 이를 중국특색적 사회주의라고 명명했다.

문혁당시 등소평은 모택동에게 개인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았지만 1981년 이른바 “중국공산당의 역사에 관한 주요결의”에서 모택동의 공(功)을 7, 과(過)를 3으로 평가, 모택동을 중국공산당의 위인으로 예우했는데 이것도 그의 지론인 공산당의 일당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한 심모(深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모택동의 부정은 공산당 일당독재의 정당성 부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이 당면한 문제는 공산당의 일당독재체제에서 줄곧 일어나는 인민들의 불만과 민주화요구를 어떻게 수렴, 극복해 나갈 것인가로 집약되고 있다.

4. 중국특색적 민주주의 지향

그간 중국은 민주화의 대안으로 인민민주와 당내민주를 실천해왔다. 중국의 정치학자들은 중국이 자치(自治)를 목적으로 시도한 촌민(村民)선거가 이제 전국으로 확산되었다면서 중국에는 이미 새로운 형식의 민주정치가 질서정연하게 추진되었고, 이제 민주는 일종의 보편적인 추구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촌민선거는 最一線 행정기관의 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으로 이러한 훈련을 쌓아 점차 선거대상을 높여 나간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이 방식을 일선행정기관의 長人選뿐만 아니라 당직인선에도 적용한다. 중국에서 말하는“인민민주”와“당내민주”는 바로 이를 일컫는다.

최근 베이징 대학의 판웨이(潘緯)교수는 중국의 정치개혁을 민주화라는 큰 틀에서 보다는 중국이 필요로 하는 개혁의 수요적(需要的), 실천적 측면을 집약한 5가지의 자문형(諮問形) 법치정체로의 개혁을 제안한다. 즉 중립적인 문관 관료시스템, 자주적 사법시스템, 독립적인 반부패시스템, 전국과 성(省)인민대표대회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자문시스템, 법률로 한정된 언론, 출판, 집회와 결사자유 같은 대증요법(對症療法)적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지식인들은 중국은 이미 나름대로 민주화를 제도화시켜 중국실정에 맞는 시스템, 즉 중국특색적 민주주의를 구축했다고 본다. 아울러 이들은 소련의 성급한 정치개혁의 실패, 제3세계국가들이 민주화이후 겪는 혼란과 갈등, 무절제한 욕구의 분출을 보면서 중국의 일당체제가 갖는 효율성, 정당성을 옹호한다.

그러나 후진타오 주석이 꾸준히 주창하고 있는 화해(和諧)사회나 과학적 발전관을 반영하는 당정 개혁은 아직도 많은 시간이 흘러야 정착될 것 같다. 작년 12월 광동성 우칸(烏坎)촌에서 일어난 주민들의 집단항쟁과 최근 보도된 충칭(重慶)시의 보시라이(薄熙來)사건은 오늘의 중국 상황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공산당은 아직도 일당독재에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부정과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인터넷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당과 정부에 의한 정보단속도 어려워지고 있다. 아울러 일당독재를 버리고 국민직선과 삼권분립 등 서방제도를 도입한 러시아와 타이완(臺灣)이 정치안정을 이루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1당독재가 최선이라는 논리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사례가 되고 있다.

5. 결론과 전망

금년 18차 공산당 대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당 간부들의 협의와 합의를 통해 국가주석을 추대하는 당 대회다. 이 대회는 태자당(太子黨)(당 간부자제들이 중심)과 샹하이파(上海派: 장쩌민 등)가 미는 시진핑(習近平)이 국가주석으로, 공산주의청년단파(후진타오 계열과 일반 대중들)가 지지하는 리커창(李克强)이 총리를 맡는 투톱체제로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새 정부는 종래와는 달리 다소 성향이 다른 파벌들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청(李成)박사는 2011년 J일보 초청 강연에서 앞으로 중국의 새 지도부는 시진핑-리커창 간의 연립정부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지금까지 중국공산당은“시대변화에 보조를 같이하고(與時俱進), 영도들이 매월 집체학습을 통해 앞날에 닥칠 위험요소와 포착할 기회를 토론하면서 국정을 리드하기 때문에 영도집단내의 소통과 단결과 협력은 잘 유지될 것이다. 이들은 또 공산당의 일당체제유지에 利害를 공유하기 때문에 자스민 혁명 같은 위기가 닥쳐도 이를 능히 막아낼 수 있다. 인민들의 불만도 많지만 아직까지는 공산당에 대한 보편적 반대는 약하고 서구식 민주화에 대한 지지(약15%정도)도 그리 높지 않다. 또 인민들의 불만관리도 억압보다는 이를 수용하거나 설득하는 Mechanism을 활용하기 때문에 공산당의 통치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앞으로 중국은 정치개혁을 중국특색적 민주주의로 진행해 나갈 것 같다. 그러나 모택동이 계급투쟁에 집착, 실패를 자초한 것처럼 등소평 이후의 개혁세대들도 일당독재의 효율성, 안정성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특정원칙에 묶이면 신축성을 잃고 위기관리능력도 떨어진다. 앞으로 중국의 정치개혁이 중국의 현실적 여건을 충분히 감안하면서도 인민의 참여확대와 자유 신장을 통한 政權淨化능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중국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인민들의 자유로운 정권감시기능을 통해서만이 독재정치에 필연적으로 부수하는 부패를 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이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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