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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07-20 오전 8:51:00
[심층]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지탄 받는 까닭“골목상권 침해하고 영세 자영업자 몰락시키는 주범으로 몰리네”

정채희 기자 | speconomy@speconomy.com

소비자연맹 "롯데 제품 불매운동 돌입"…"소상공인의 처절한 절규 들어달라"


[스페셜경제] 롯데그룹(회장 신동빈, 이하 롯데)은 지난 2009년 ‘2018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이하 비전2018)을 비전으로 내세우며 아시아의 선도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사업을 강화하고 인수합병을 통한 계열사 불리기에 적극 나서는 등 ‘비전2018’ 을 향해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롯데의 야심찬 비전에 제동이 걸렸다.

200만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공동대표 오호석)이 롯데가 동반성장에 역행하고 있다며 ‘불매운동’이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이들은 유통부문 업계 1위 롯데 제품과 대형유통사를 대상으로 무기한 불매운동에 돌입한다고 지난 16일 밝히면서 롯데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로써 올 초 국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비판에서 시작된 상생 바람이 또다시 롯데를 강타하면서 롯데가 동반성장 역행 논란의 선봉에 서게 됐다.

“자영업자의 요구는 단 3가지”

대기업 그것도 유통부문 업계 1위 롯데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간 큰 그들은 200만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이하 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으로 이들이 다양한 직능단체, 소상공인단체를 포함한 총 600만명과 함께 이번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롯데를 포함한 9개 대형유통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홈플러스익스프레스․롯데슈퍼․GS수퍼마켓․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를 향해 불매 의사를 밝혔다.

소비자연맹은 지난달 29일 롯데와 대형유통사가 회원으로 소속돼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공문을 발송해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촉구하는 3가지 요구사항을 보냈으나 유통업체들이 ‘자영업자들의 요구는 소비자 서비스 축소로 이어진다’는 억지 주장을 펼치면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어 롯데 등 대형유통사가 600만 자영업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연맹 등이 요구하는 3가지 요구사항은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 수용 촉구 ▲리베이트 같은 불공정거래 중단 촉구 ▲의무휴업 준수와 자율적인 휴무 실시다.

이들은 지난 13일 롯데에 3가지 요구사항과 함께 롯데 제품 불매를 통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롯데를 포함한 9개 대형유통사에 불매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롯데에 초점이 맞춰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유통업계 1위인 롯데가 골목상권 장악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롯데의 사업내용이 소비재 생산 및 유통업 등으로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런데 롯데는 이러한 책무와 달리 관련 업계로부터 ‘국가나 사회에 이로운 역할은 하지 않고 장사를 해 돈만 벌어 간다’는 지독한 평을 들은 바 있다.

특히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등장으로 자영업자 매출이 50% 이상 감소해 이들의 ‘곡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는 업계 1위로써 SSM 점포 수 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렸지만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관련 업계와 누리꾼으로부터 “롯데가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시장을 잠식해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롯데쇼핑의 지난 3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마트 96개점과 SSM(롯데슈퍼) 362개점으로 총 458개점, 여기에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포함) 6450여개점까지 더해져 전국의 유통 상권을 손아귀에 넣고 있다. 롯데의 경쟁사인 홈플러스 관련 마트가 총 337점(홈플러스 총 96개점 SSM(홈플러스익스프레스) 281개점)인 것을 봤을 때 롯데가 마트 점포 수 에서 압도적인 규모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롯데 골목상권 장악 논란 벌써…

롯데로 향하는 쓴 소리는 비단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0년 말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통큰치킨’이 그 대표적인 예다.

통큰치킨은 롯데의 계열사 롯데마트가 판매한 1마리당 5000원 짜리 치킨을 말한다. 이 통큰치킨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사회 전반에서 자영업자의 생존권과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놓고 연일 뜨거운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결국 진통 끝에 통큰치킨 논란이 1주일 만에 판매 중단으로 끝이 나면서 통큰치킨은 동반성장 역행의 전설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치킨 논란 이후 성난 누리꾼과 상생 정책을 강화하는 정부에 맞춰 롯데 역시 동반성장에 함께 하는 듯 했으나 이번엔 ‘빵집’ 논란이 거세게 불었다. 대기업들이 동네 빵집에 침범하면서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 장선윤 씨의 빵집 ‘포숑’이 논란의 선두에 섰다. 고려당이 위탁 경영했던 백화점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의 운영을 맡으며 지난 2011년 5월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든 장 씨는 곧바로 자영업자들의 ‘서민 밥그릇 뺏기’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롯데의 후광을 업은 재벌가 3세가 서민형 업종에 진출해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장 씨 역시 재벌 딸 빵집 여론과 동반성장 분위기에 밀려 지난 1월 사업에 진출한 지 8개월 만에 빵집 사업을 철수해야만 했다.

철수 한 달 후 장 씨의 남편 양성욱 씨도 논란의 한 축이었던 ‘물티슈’ 사업에 진출했다가 손을 떼는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장악 비난 여론에 롯데가 재차 이름을 올렸다.

치킨과 빵집, 물티슈 등으로 사회 화두가 된 대기업 골목상권 장악 논란은 지난해 SSM 신규 출점 제한 강화에 이어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 휴업 법제화로 이어지게 됐다.

이로써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월 2회 의무 휴무일을 지정토록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효돼 지난 4월부터 강제휴무가 시행됐다.

그러나 롯데 계열사 롯데슈퍼 일부 매장이 ‘농수산물 매출비중이 51%를 넘으면 의무 휴무를 피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활용해 의무휴업 대상에서 빠지면서 롯데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롯데가 예외 조항을 악용하며 의도적으로 농수산물 매출 비중을 높이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매출이 100조원에 달하는 업계 1위 롯데가 꼼수를 부려가며 골목상권을 침해해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한 꼼수 의혹 외에도 롯데는 새로운 성장동력 SSM이 상생과 유통법에 막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창고형 할인마트인 빅마켓을 선보이며 도매시장을 장악하려 한다는 지적이 터져나왔다. 빅마켓 점포를 준비 중인 다른 지역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중소상인들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가 SSM규제처럼 후폭풍을 맞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의 골목상권 장악 배경

그렇다면 롯데는 왜 관련 업계의 싸늘한 시선과 중소상인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골목상권 침투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업계는 롯데의 기업문화에 그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은 롯데의 기업문화를 분석한 칼럼을 통해 롯데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 소장의 칼럼에 따르면 롯데가 내세우는 비전2018에는 사회적 책임부문이 없다.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책임감을 제시했지만 사회적 책임 이라기보다는 윤리적 경영 지침에 불과하다.

그는 이어 롯데가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해 브랜드 경영을 한다고 해도 사회적 책무에 힘쓰지 않는다면 의도한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침했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롯데 기업문화 중 하나인 ‘성과주의’도 골목상권 장악의 한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가 내부 계열사와도 경쟁하면서 성과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와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는 업계에서도 성과주의자로 유명하다. 노 대표는 논란의 아이콘 통큰치킨과 빅마켓을 선보인 인물이기도 하며 소 대표 역시 지난 2006년 부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45개였던 롯데슈퍼 점포수를 현재 9배 가까이 늘리는 등 저돌적인 경영을 해 롯데의 성장에 공을 세운 반면 골목상권 침범으로 소상공인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롯데는 갑작스럽게 불매운동이 전개된 것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관련 업계와 협회 측에서 해결돼야 할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롯데 측으로만 초점이 맞춰져 당황스럽다”며 “개별 기업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롯데슈퍼의 꼼수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점포가 법이 규정하는 대로 진행 한 것이다”며 “하나로마트가 영업하는 것처럼 롯데슈퍼의 일부 점포도 법대로 운영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동반성장이 사회 화두로 떠오른 이후 롯데 역시 중소상인과의 상생을 위해 지난 2010년 ‘동반성장 추진 사무국’을 출범시키고 전 임직원에게 동반성장 교육과정을 이수하게끔 하는 등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동반성장의 대상자인 중소상인들은 롯데의 이같은 노력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면 롯데의 상생 노력은 물거품으로 끝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오호석 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이번 롯데 제품 불매운동을 “생존을 위한 처절한 절규”라고 표현했다. 매출의 50%이상이 감소해 몰락 위기를 맞은 소상공인의 아픔이 이번 불매운동을 통해 롯데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롯데의 비전2018에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동반성장의 길이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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