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경영도 양보다 질로 승부[삼성문화4.0-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민진규 저]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0-29 오후 1:53:00
삼성,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라

1. 반도체 사업 기로에 서다.
2. 일본 부품업계가 담합하고 있다.
3. 특허경영도 양보다 질로 승부
4. 플랫폼 개발 전략이 절실
5. 디지털시대의 경쟁력은 혁신과 속도
6. 제품의 품질은 창의적 기업문화에서

3. 특허경영도 양보다 질로 승부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특허에 대한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다. 1986년 미국의 TI로부터 특허소송을 당해 8,6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이 금액은 당시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퍼센트에 해당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2004년 삼성전자의 매출은 57조 원, 영업이익은 12조 원인데, 로열티만 1조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PC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변기기에 대한 욕심이 많았지만, 특허문제로 제대로 된 제품을 론칭하지 못했다. 잉크젯프린터의 경우 대부분 특허에 걸려 있어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HP, 캐논, 렉스마크, 제록스 등의 선두 업체가 관련 특허 7,000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특허를 서로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센싱으로 후발업체의 진입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특허침해에서 자유로운 레이저프린터 개발에 투자를 많이 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도 늘어나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2005년부터 특허경영을 선언하고 특허출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2005년 미국 특허 보유 순위에서 6위를 하고, 2006년에는 IBM, 히타치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IBM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며, 2008년에는 4,169건을 보유중인 1위 IBM에 근소하게 뒤진 3,502건을 기록했다. 2010년 11월에는 특허괴물로 불리는 미국의 인텔렉추얼벤처스와 특허 라이선싱 계약도 체결했다. 이 업체는 IT분야에 약 3만 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어떤 기업과도 특허분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대학에 연구비를 지원해 특허를 개발하고, 기업의 특허를 매수하기도 한다.

매년 특허 출원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질적인 부문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미국이나 일본 기업의 특허는 다른 특허에서 인용되는 피인용 비율이 높은데 반해, 삼성이나 한국 기업의 특허는 매우 낮다. 특허의 질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이 강점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반도체, 전기, 전자, 통신, 컴퓨터 등의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특허출원 건수는 글로벌 선도기업과 비슷한 수준을 확보했지만 기술격차는 전혀 좁히지 못했다.

특허건수와 해당 특허 인용횟수를 나타내는 영향력지수를 곱한 수치인 ‘기술력지수’는 수십 배의 차이가 난다. 특허 등록을 위한 특허, 즉 소위 말하는 ‘물 특허’가 많다. 특허출원이 개인의 성과관리와 밀접하여 연구원들이 상업성이 떨어지는 특허를 무작위로 출원했을 것이다. 휴대폰 관련 특허출원 건수도 경영진이 관리하는 KPI에 해당된다. 수천 건의 특허를 출원해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제품에 활용되는 것은 많지 안다. 다른 외국 기업과의 특허 분쟁에서 방어용으로 사용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반도체나 LCD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직 한국 기업에게 특허경영은 꿈 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미 선진국의 기업들이 핵심 특허를 선점하고 있어 로열티를 주고 사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경영진도 장기적인 경쟁력을 보장할 특허를 개발하기보다는 돈을 지급하고 사용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이런 사고를 가진다면 삼성조차도 제조 하청기업을 벗어나기 어렵다. 특허의 경쟁력이 제품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특허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품의 차별화된 품질과 서비스도 특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삼성문화4.0;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민진규 저(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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