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진단-윤리경영:한국주택금융공사 2]위원회 형식적 운영…책임 회피·전가 수단 전락 우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2-03 오후 7:22: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 국내와 해외의 연구성과물을 토대로 현실적인 새로운 지표 개발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9월 5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윤리경영 대해부'를 통해 기업을 평가하고 진단함으로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28일자 신문에 실린 [윤리경영 대해부] 한국주택금융공사 편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업진단-윤리경영]

[김백건(金白巾)의 윤리경영 대해부(12) - 주택금융공사 2 편]

위원회 형식적 운영…책임 회피·전가 수단 전락 우려

서민 주거안정 예산을 무주택 직원 주택 지원에 사용
전시행정·실적 경쟁에 부채 급증…정상 운영 불가능


▲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 현판식.
◆Communication(의사결정과정)=전임 사장 시절에 임직원의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회의, CEO와의 대화, 도시락 미팅, 티타임 등을 적극적으로 이행했다고 한다. 사내 인트라넷에 ‘CEO플라자’ 코너를 개설해 직원들이 익명으로 각종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고위관료나 정치권 출신인 공기업의 경영진과 직원은 정서적으로 친화하기 어렵다. 일부 경영진의 고압적인 자세와 권위주의도 한몫을 한다. 낙하산 인사들은 경영실적이 좋다고 해도 연임이 쉽지 않아 적당하게 임기만 때우려고 한다. 형식적 의사소통이 난무하는 이유다.

경영진이 직원보다는 자신들의 주머니만 챙기는 대표적인 사례가 주택금융공사에서 발생했다.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던 2007~2008년 사이에 직원급여는 동결하고, 임원 성과급만 300~500% 이상 인상해 집행했다. 내부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증명이다. 전임 사장이 사퇴한 배경에도 상임이사와 사장 비서실장에 대한 인사잡음이 있었다. 인사권은 사장의 고유권한이기는 하지만 내부인사규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해야 한다. 노조가 과도하게 인사에 개입하는 것도 공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외부이해관계자와 소통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2008년 고객 상담과 민원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고객의 목소리(VOC) 통합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이 제기한 모든 민원은 3일 이내에 처리·회신하고 처리상황을 SMS로 실시간 통보한다. 그리고 SNS의 활성화에 따라 2011년 3월 공식 트위터 계정(@HF_HappyFinance)을 개설했다. 2012년 3월에는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와 고객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주택금융소비자 자문단’을 발족했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잘못된 배려가 오히려 공사 부실화, 서민 부담 가중

◆Stakeholders(이해관계자의 배려)=다른 공기업과 달리 홍보실과 고객만족부를 포함하는 고객가치경영본부를 두고 있다.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고객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공기업의 사업을 보며 ‘선의(善意)의 악행(惡行)’이라는 말을 하는 전문가가 많다. 주택연금, 전세보증 등 성공적인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업무가 공사의 부실을 키우고, 고객의 부담을 늘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소유 주택에 평생을 살면서 이를 담보로 노후생활자금을 매월 연금방식으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하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현실에서 노후대비를 하지 못한 고령자를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주택담보 노후연금보증상품은 향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2007년 당시 매년 주택가격이 최소 3.3% 상승한다는 가정 하에 만들었지만 2008년 이후 주택가격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또한 기대수명도 70대에서 80대 중반으로 늘어나고 있다. 결국 적자는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공사가 전세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보증도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리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금융위기로 주택가격이 하락한 반면 특별한 수요가 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이후 전세난이 극심해지고 있다. 집이 팔리지 않아 집주인들이 금융권 빚을 전세 세입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거품의 최대 수혜자는 무리하게 대출로 집을 구매한 집주인이 아니라 금융기관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건설사의 연대보증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1년부터 중도금보증에 대해 보증서를 발급하기로 했다. IFRS가 도입되면 금융보증은 기업의 부채로 인정돼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올라가 재무건전성이 악화된다. 건설회사에게 유리한 제도이지만 그만큼 뇌물을 받고 부실사업장을 보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택금융공사의 사업진단과 평가능력이 보증의욕을 따라가지 못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Transparency(경영투명성)=주택금융공사는 기금운용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위원회를 운영한다. 자금운용심의회, 자금운용성과평가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기금운용심의회 등이다. 감사원의 감사자료를 보면 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실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제도를 구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도의 운영(operation)이다. 각종 위원회가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았나 자문해 봐야 한다.

요약 대차대조표를 보면 경영부실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부채는 8000억 원 규모였으나 2008년 2조1000억원, 2009년 2조5000억원, 2010년 3조7000억원, 2011년에는 4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5년 동안 부채가 6배 규모로 커졌다. 자산도 늘고, 이익도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막대한 규모의 부채와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운용할 자산이 줄어들고, 부채가 늘어나면 본연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2008년 감사원에 의해 2005년과 2007년에는 신규채용 인원을 무단으로 늘려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고 지적 받았다. 이 외에도 주로 책상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컴퓨터가 지급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트북 1대씩을 구매해 지급하기도 했다. 부실화된 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센터를 운영하는데 수십 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지만 실적은 전무했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금융공사가 아니라 ‘혈세로 직원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직원금융공사’라 불러야 적절할 것으로 본다.

감사원 지적에도 요지부동, 존재이유에 대한 근본적 고민 필요

◆Reputation(사회가치 존중)=주택금융공사는 서민의 주거안정과 노후보장이라는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효율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내·외부 감사결과는 정상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감사결과를 보면 인사관리, 조직관리의 미흡에 관한 조치요구 사항이 대부분으로 조직의 효율성만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공사의 직접적인 부실과는 연관성이 낮았다고 볼 수 있다.

2008년에는 감사원에 의해 이사회 기능의 부실함이 지적됐다. 이사회의 실질적 견제와 감독기능이 미흡, 주택금융경영에 부합하는 전문성을 갖춘 비상임이사 선임을 위한 노력이 미흡, 비상임이사의 직무수행실적을 체계적 & 상시적으로 관리·활용할 수 있는 체계부족, 뇌물사건 등 유사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감사시스템 작동 필요, 부패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윤리경영 수준 향상을 위한 교육 등의 지속적인 노력 요구, 이사회 평가 시 질적 평가 지표의 설정 및 측정 노력 미흡, 내부감사만족도 조사결과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제도 개선의 효과분석 & 평가 & 환류 노력의 미흡 등이다.

2012년 8월 감사원은 공사의 부실경영이 심각하다는 내용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중도금 보증 집단 승인업무 부당 처리, 보금자리론 표준대출계약서 개정 부적정, 신용보증 해지과련 보증료 미환급, 여유자금 운용 부적정, 주택담보 노후연금 보증상품 운용 부적정 등의 업무처리 부실과 함께 직원의 비위행위 처리 등 내부통제 부적정 등이 지적사항이다. 관련 내용을 파악해 보면 주택금융공사의 부실·방만경영이 광범위하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서민에게 지원할 재원을 무주택 직원들의 임차주택지원에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영진은 노조와의 협의사항이라 경영진이 마음대로 없앨 수도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경영진이 노조와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합심해 공사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국민혈세로 공기업의 직원복지에 펑펑 사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주택금융공사가 본연의 사업을 충실하게 이행하기 어렵다고 본다.

MB정부도 공기업 개혁이라는 칼을 빼내 들었지만, 오히려 공기업의 부실은 심화되었다. 불필요한 공기업의 업무가 늘어났고, 중복업무로 인해 세금낭비도 심해졌다. 무엇보다 전시행정이나 불필요한 실적경쟁으로 부채가 급증해 정상적인 기업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전락한 점은 주택금융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자신의 존재 이유인 본질을 놓칠 경우 생존이 위험해진다.




8-Flag Model로 측정한 주택금융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

지금까지 진단한 내용을 바탕으로 ‘8-Flag Model’로 측정한 주택금융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를 종합하면 그림과 같다. 전반적으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보이고 있으며 윤리헌장만 평균성적을 나타낸다. 리더십, 제도운영, 의사소통, 경영투명성, 사회가치 존중 부문은 4점으로 낙제점을 조금 면한 수준이다. 하지만 윤리경영교육과 이해관계자 배려는 낙제점이다.

하나씩 보면 리더십은 사장개인의 문제가 아니지만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논란을 해소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문성까지 확보하지 못했다. 전문성을 측정하거나 평가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경력이나 자격은 갖춰야 한다. 제도운영도 제대로 된 제도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제도조차도 지킬 의지가 없다.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지나쳐 관련자의 직무유기와 업무상 배임수준까지 이르렀다. 감사원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이행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정작 실천은 하지 않는다.

교육도 무슨 교육을 어떤 목적에서 하고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성인이라도 지속적인 교육으로 교화를 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지가 없다. 이해관계자를 배려하기 위해 한 일이 오히려 조직과 고객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은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어린아이에게 불쏘시개를 갖고 놀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업무와 존재이유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비슷한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공기업과 통·폐합도 고려해야 한다.

감사원의 감사조치가 효과가 없다면 그 이유도 찾아야 한다. 감사원 출신들이 공기업 감사로 내려가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부실저축은행의 감사도 하나같이 금융감독업무나 사정기관 출신들이 하면서 정상적인 감독기능을 무력화시켰다. 퇴직공무원의 재취업에 대한 공직기강 확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윤리경영도 기업의 본질적인 존재이유부터 고민하지 않으면 확립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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