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한진그룹(3)]해외선 글로벌 물류 빅4·국내선 후발주자와 힘든 경쟁[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05월 15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한진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한진그룹 편(3)] (3)한진의 사업
해외선 글로벌 물류 '빅4'·국내선 후발주자와 힘든 경쟁
물류시장 개척 선도자 불구 시장지배력 확고히 못해
대한항공 나름대로 선전 막대한 부채가 ‘짐’
해외시장 개척 고군분투…전략적 접근 필요
(3) 한진의 사업 : 제품 & 시장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한진은 항공여객 및 화물운송의 대한항공, 해상운송을 담당하는 한진해운, 육상물류를 담당하는 ㈜한진 등으로 구성된 물류전문기업으로 공기업을 제외하면 2012년 기준으로 재계 서열 8위다. 한진해운이 한진에서 분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종합물류기업으로서 해운의 중요성과 그룹규모 축소를 두려워해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진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대한항공도 유류가격, 환율, 경기변동에 민감해 사업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두 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을 제품(product)과 시장(market)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물류시장 개척 선도자 불구 시장지배력 확고히 못해
한진의 사업역사는 화려하다. 1969년 한국 최초로 컨테이너운송체계, 1979년 화물운송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 1992년 국내 최초로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1960~1970년대 베트남전쟁 특수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1980~1990년대 중동 하역사업까지 진출하면서 사업의 성숙기를 거쳤다. 2000년대 들어 IT기술의 발달과 홈쇼핑, 인터넷 쇼핑 등이 활성화되면서 사업환경은 호전되었지만,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국제물류를 국내와 연결하는 수출입 화물의 항공 및 해상 포워딩부터 국제택배, 창고보관, 통관, 택배 등 원스톱 물류 서비스를 통해 물류비 합리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 초대형 담수플랜트, 선체 블록, 대형 크레인 등 중물량 운송사업도 한다. 전 세계 240개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제 택배사업을 하고, 각국으로 발송된 화물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최첨단 위치추적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하여 물류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렌터카, 주유소, 인터넷 쇼핑몰에도 진출했다. 사업의 글로벌화, 연관분야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정작 국내에서조차 경쟁력을 잃고 시장을 급격하게 잠식당하고 있어 우려가 된다.
▲ 부산 한진해운 해사그룹 사옥 전경
택배사업은 국내 어떤 경쟁사보다 뛰어난 국내·외 네트워크를 가졌고 사업을 처음 시작했지만 CJ대한통운, 현대택배 등에 밀리고 있다. CJ그룹은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더욱 막강한 경쟁력을 가졌고, 현대택배도 관련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수많은 군소업체까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앞으로 고전이 예상된다. 해상운송, 항공운송, 여객운송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사업적인 면에서 보면 사업포착 능력은 뛰어나지만 마케팅 능력은 입증이 되지 않고 있다. 시장의 개척자로서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고, 물류사업 자체가 국가기간 망의 구실을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지배력을 확고하게 키우지 못했다. 시장에 대한 자만심이 마케팅역량 강화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3세를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강화하는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전술적인 측면만을 부각했지 그룹 차원의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대한항공 나름대로 선전 막대한 부채가 ‘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로존 위기 이후 침체된 세계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가간 물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타격을 받는 기업들이 물류업체다. 항공, 해운, 육상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 계열사 중 대한항공은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한진해운 등 다른 계열사는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한항공도 정비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빼면 사업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맏형 격인 대한항공은 항공기도입으로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으며,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노선의 영업실적이 저조하다. 국내 여객운송의 경우 저가항공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대한항공도 저가항공사인 진에어를 설립해 시장에 뛰어들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수익성을 갉아 먹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알짜 수익을 남겨줬던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국제노선도 저가항공사들이 취항을 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해운운송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진해운은 대한항공보다 더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국내 빅3 해운사 모두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현대상선은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등 관련그룹과의 경영권 분쟁까지 감당해야 해 더욱 어렵다. 벌크선 영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STX팬오션은 실적이 악화되면서 그룹에서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진해운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컨테이너 사업의 실적이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의 2013년 경영개선을 위한 핵심 추진과제로 이익구조 개선, 스마트 & 속도감 있는 조직 구현과 인적자원 경쟁력 제고, 도전적·혁신적 기업문화 추진, 재무구조 안정화, 수익성 위주 사업구조 구축 등을 제시했다. 마케팅과 영업력 강화, 노선 경쟁력 확보, 원가경쟁력 확보, 지역 네트워크 확장 등의 과제를 선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시장에 새로 건조된 선박이 과다 투입되면서 초래된 공급과잉은 한진해운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운임단가를 올려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구상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卓上空論)에 불과하다.
▲ 한진그룹은 지난 6일부터 몽골 바가노르구(區) 사막 지역 ‘대한항공 숲’에서 포플러, 버드나무, 비술나무 등 1만그루의 나무를 심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몽골 식림행사에 참가한 지창훈(오른쪽 네번째) 대한항공 총괄사장과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육운, 택배, 하역, 해운, 3자 물류, 창고업 등의 주력으로 하는 ㈜한진도 특별한 장점을 보유하지 못한 물류기업에 불과하다. 체계적인 육상물류를 처음 시작한 기업이지만 새로운 혁신을 하지 못했다. 매출비중을 보면 육운은 축소되고 있으며, 택배는 정체, 하역은 늘어나고 있다. 기타부문으로 렌터카, 창고임대, 국제 렌터카 사업을 하고 있으며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진해운이 계열분리를 추진하면서 효율적인 물류체계를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글로벌 물동량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고 주요 비용인 유가가 급락하지 않으면 물류업계의 경영실적이 개선되기 어렵다. 국내 물류업체들은 국내 기업의 물류가 주력인데, 일본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13년 현재 글로벌 경기동향을 파악해 보면 물류업계에 유리한 환경이 단기간에 조성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원가절감으로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는다.
해외시장 개척 고군분투…전략적 접근 필요
한진이 국내시장이 포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 중이다. 현재 글로벌 물류시장은 국내 기업이 아니라 해외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1위 업체인 DHL이 32%, 2위 업체인 페덱스(Fedex)가 27%, 3위 업체인 UPS가 21%, 4위 업체인 TNT가 7% 등 상위 4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7%를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시장을 두고 많은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로컬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1위의 종합물류기업인 한진도 마찬가지 수준이지만 신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200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나보이 프로젝트’도 그 중 하나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나보이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물류 허브를 구축해 21세기 신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초기목표와는 달리 추진상황이 더디다. 나보이 프로젝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앙아시아를 통한 물자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지만, 전쟁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 프로젝트가 ‘사막의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혹평을 내리고 있다. 한진의 경우 1950년대 주한미군의 물자수송, 1960년대 주베트남 한국군과 미군의 물자수송으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이번 나보이 프로젝트는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아시아가 자원개발과 지정학적 위치로 중요도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용가치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로서는 처음으로 국영 체코항공의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가 됐으며 서유럽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한 시도라는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가 더 많다. 90년 역사의 체코항공이라고 하지만 겨우 항공기 20여대의 소규모 항공사에 불과해 시너지(synergy)가 날지 의문이다. 2012년 11월 대한항공이 15년 만에 사우디아리비아 직항을 개설하면서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하지만 지역 정세가 불안하다는 점이 우려된다.
한진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불가피하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진의 핵심경쟁력(core competency)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진의 계열사 중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찾기 어렵고, 대한항공도 여객운송보다는 항공기 정비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취항 도시를 늘리고, 효율성이 낮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글로벌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05월 15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한진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한진그룹 편(3)] (3)한진의 사업
해외선 글로벌 물류 '빅4'·국내선 후발주자와 힘든 경쟁
물류시장 개척 선도자 불구 시장지배력 확고히 못해
대한항공 나름대로 선전 막대한 부채가 ‘짐’
해외시장 개척 고군분투…전략적 접근 필요
(3) 한진의 사업 : 제품 & 시장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한진은 항공여객 및 화물운송의 대한항공, 해상운송을 담당하는 한진해운, 육상물류를 담당하는 ㈜한진 등으로 구성된 물류전문기업으로 공기업을 제외하면 2012년 기준으로 재계 서열 8위다. 한진해운이 한진에서 분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종합물류기업으로서 해운의 중요성과 그룹규모 축소를 두려워해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진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대한항공도 유류가격, 환율, 경기변동에 민감해 사업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진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두 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을 제품(product)과 시장(market)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물류시장 개척 선도자 불구 시장지배력 확고히 못해
한진의 사업역사는 화려하다. 1969년 한국 최초로 컨테이너운송체계, 1979년 화물운송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 1992년 국내 최초로 택배사업을 시작했다. 1960~1970년대 베트남전쟁 특수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1980~1990년대 중동 하역사업까지 진출하면서 사업의 성숙기를 거쳤다. 2000년대 들어 IT기술의 발달과 홈쇼핑, 인터넷 쇼핑 등이 활성화되면서 사업환경은 호전되었지만,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국제물류를 국내와 연결하는 수출입 화물의 항공 및 해상 포워딩부터 국제택배, 창고보관, 통관, 택배 등 원스톱 물류 서비스를 통해 물류비 합리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 초대형 담수플랜트, 선체 블록, 대형 크레인 등 중물량 운송사업도 한다. 전 세계 240개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제 택배사업을 하고, 각국으로 발송된 화물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최첨단 위치추적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하여 물류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렌터카, 주유소, 인터넷 쇼핑몰에도 진출했다. 사업의 글로벌화, 연관분야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정작 국내에서조차 경쟁력을 잃고 시장을 급격하게 잠식당하고 있어 우려가 된다.
▲ 부산 한진해운 해사그룹 사옥 전경
택배사업은 국내 어떤 경쟁사보다 뛰어난 국내·외 네트워크를 가졌고 사업을 처음 시작했지만 CJ대한통운, 현대택배 등에 밀리고 있다. CJ그룹은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더욱 막강한 경쟁력을 가졌고, 현대택배도 관련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수많은 군소업체까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앞으로 고전이 예상된다. 해상운송, 항공운송, 여객운송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사업적인 면에서 보면 사업포착 능력은 뛰어나지만 마케팅 능력은 입증이 되지 않고 있다. 시장의 개척자로서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고, 물류사업 자체가 국가기간 망의 구실을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지배력을 확고하게 키우지 못했다. 시장에 대한 자만심이 마케팅역량 강화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3세를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강화하는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전술적인 측면만을 부각했지 그룹 차원의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대한항공 나름대로 선전 막대한 부채가 ‘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로존 위기 이후 침체된 세계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국가간 물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타격을 받는 기업들이 물류업체다. 항공, 해운, 육상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 계열사 중 대한항공은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한진해운 등 다른 계열사는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한항공도 정비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빼면 사업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맏형 격인 대한항공은 항공기도입으로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으며,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노선의 영업실적이 저조하다. 국내 여객운송의 경우 저가항공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대한항공도 저가항공사인 진에어를 설립해 시장에 뛰어들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수익성을 갉아 먹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알짜 수익을 남겨줬던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국제노선도 저가항공사들이 취항을 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해운운송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진해운은 대한항공보다 더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국내 빅3 해운사 모두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현대상선은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등 관련그룹과의 경영권 분쟁까지 감당해야 해 더욱 어렵다. 벌크선 영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STX팬오션은 실적이 악화되면서 그룹에서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진해운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컨테이너 사업의 실적이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의 2013년 경영개선을 위한 핵심 추진과제로 이익구조 개선, 스마트 & 속도감 있는 조직 구현과 인적자원 경쟁력 제고, 도전적·혁신적 기업문화 추진, 재무구조 안정화, 수익성 위주 사업구조 구축 등을 제시했다. 마케팅과 영업력 강화, 노선 경쟁력 확보, 원가경쟁력 확보, 지역 네트워크 확장 등의 과제를 선정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시장에 새로 건조된 선박이 과다 투입되면서 초래된 공급과잉은 한진해운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운임단가를 올려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구상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卓上空論)에 불과하다.
▲ 한진그룹은 지난 6일부터 몽골 바가노르구(區) 사막 지역 ‘대한항공 숲’에서 포플러, 버드나무, 비술나무 등 1만그루의 나무를 심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몽골 식림행사에 참가한 지창훈(오른쪽 네번째) 대한항공 총괄사장과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육운, 택배, 하역, 해운, 3자 물류, 창고업 등의 주력으로 하는 ㈜한진도 특별한 장점을 보유하지 못한 물류기업에 불과하다. 체계적인 육상물류를 처음 시작한 기업이지만 새로운 혁신을 하지 못했다. 매출비중을 보면 육운은 축소되고 있으며, 택배는 정체, 하역은 늘어나고 있다. 기타부문으로 렌터카, 창고임대, 국제 렌터카 사업을 하고 있으며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진해운이 계열분리를 추진하면서 효율적인 물류체계를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글로벌 물동량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고 주요 비용인 유가가 급락하지 않으면 물류업계의 경영실적이 개선되기 어렵다. 국내 물류업체들은 국내 기업의 물류가 주력인데, 일본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13년 현재 글로벌 경기동향을 파악해 보면 물류업계에 유리한 환경이 단기간에 조성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원가절감으로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는다.
해외시장 개척 고군분투…전략적 접근 필요
한진이 국내시장이 포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孤軍奮鬪) 중이다. 현재 글로벌 물류시장은 국내 기업이 아니라 해외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1위 업체인 DHL이 32%, 2위 업체인 페덱스(Fedex)가 27%, 3위 업체인 UPS가 21%, 4위 업체인 TNT가 7% 등 상위 4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7%를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시장을 두고 많은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로컬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1위의 종합물류기업인 한진도 마찬가지 수준이지만 신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200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나보이 프로젝트’도 그 중 하나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나보이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물류 허브를 구축해 21세기 신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초기목표와는 달리 추진상황이 더디다. 나보이 프로젝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앙아시아를 통한 물자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지만, 전쟁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 프로젝트가 ‘사막의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혹평을 내리고 있다. 한진의 경우 1950년대 주한미군의 물자수송, 1960년대 주베트남 한국군과 미군의 물자수송으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이번 나보이 프로젝트는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아시아가 자원개발과 지정학적 위치로 중요도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용가치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로서는 처음으로 국영 체코항공의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가 됐으며 서유럽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한 시도라는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가 더 많다. 90년 역사의 체코항공이라고 하지만 겨우 항공기 20여대의 소규모 항공사에 불과해 시너지(synergy)가 날지 의문이다. 2012년 11월 대한항공이 15년 만에 사우디아리비아 직항을 개설하면서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하지만 지역 정세가 불안하다는 점이 우려된다.
한진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불가피하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진의 핵심경쟁력(core competency)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진의 계열사 중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찾기 어렵고, 대한항공도 여객운송보다는 항공기 정비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취항 도시를 늘리고, 효율성이 낮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글로벌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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