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떠난 강원도 여행후기
요즘 나라가 시끄럽고 경제가 어려워 사는 것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개인적으로도 복잡한 일이 많았는데, 지난 주에 가까운 후배가 강원도 속초에서 휴가 보내고 있는데 바다 바람을 쐬러 오라고 해서 주저 없이 속초행 고속버스를 타게 되었다. 출퇴근 하면서 매일 지나다니는 강변역 동서울터미널에 가서 속초행 막차를 탔다. 서울은 날씨가 맑았지만 강원도 접경에 접어들면서 안개가 끼었고 대관령을 넘어가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날 밤 파도가 쉼 없이 부서지는 속초 해변에서 밤 하늘의 초롱초롱한 별을 보면서 캔맥주 한잔 하려는 계획은 무산되었다. 대신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해변 횟집에서 제철인 오징어 회에 병맥주만 마셨다. 해변이 아닌 횟집에서 술을 마시게 되어 처진 기분도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 속에 사라져 버렸다.‘마음 속의 부처’라고 세상의 모든 행복과 고통, 걱정이 모두 내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새벽녘에 해변을 거닐면서 거칠어진 해변의 파도소리 속으로 근자에 가졌던 근심을 실어 보냈다. 가끔씩 자연 속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는가 싶다.
다음 날 새벽부터 비가 내렸지만 간밤의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속초의 명물인 곰치로 끓인 곰치국인, 물곰탕을 먹으러 갔다. 20여 년 전 속초에 머물렀을 때 자주 먹으러 갔던 속초 시장의 단골집을 찾아 갔지만 없어졌다. 시장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요즘 곰치가 안 잡혀서 시장통에 있던 집들은 전부 문을 닫았다고 한다. 동명항 근처에 전통식으로 곰치국을 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사돈집(033-638-0915)’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이미 가게 안에는 간밤의 술에 찌든 주당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벽에는 물곰탕을 예찬하는 지역 시인의 글이 걸려 있었다. 속초 인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했다는 시인도 나처럼 술을 좋아했는지 ‘시원한’물곰탕의 매력을 잊지 못한 듯 구절마다 찬양 일색이다.
곰탕을 한 그릇 시원하게 비우고 나니 기분이 개운해졌다. 관동팔경이라는 청간정에도 올라보고 영랑호 근처 바위에도 올라가 보고 숲 속을 산책도 하였다. 속초는 20년 전과 비교해서 단지 청초호에 다리가 생긴 것을 빼고는 발전된 곳이 하나도 없어 옛 기억을 더듬어 찾아갈 수가 있었다. 속초의 매력은 산과 바다가 같이 있다는 것인데, 구름과 해무에 뒤덮힌 설악산은 흔적조차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미시령 옛 고개길을 넘어면서 속초 해안을 다시 보고 싶었지만 해무로 인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고개를 넘자 날씨는 다시 맑아졌고 간밤에 비도 오지 않은 듯 전혀 딴 세상이 되어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30년 이상 공직에 계시다가 정년퇴직하여 강원도 인제 버스터미널 앞에서 ‘하늘 내린 황태구이집(033-461-5400)’을 하시는 옛 지인을 만나러 갔다. 90년대 초반에 속초에서 머물 때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니 20여 년 만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진부령 고개에서 말리는 황태가 일품인데 요즘은 중국에서 말린 황태도 들어오고, 러시아에서 말린 황태까지 강원도 골짜기에 들어온다고 한다. 중국산은 흙 냄새가 나고 러시아산도 약간 묵은 내가 난다고 하는데 먹어보지 못했으니 구분을 할 수는 없었다. 상위에 오른 각종 산나물과 야채는 직접 산에서 손수 채집하였거나 재배한 것이라고 했다. 취나물이며 두릅 등 각종 산나물과 텃밭에서 재배한 야채로 만든 반찬과 강원도 청정쌀로 지은 밥이 새하얀 이천 도자기에 담겨서 배고픈 나그네를 정갈하게 맞았다. 정성이 깃든 진수성찬으로 잘 대접받았다. 직접 채취하고 재배한 산나물과 야채로 상을 차린다는 소문에 설악산 등산을 다녀오는 등산객 일행들이 방은 가득 메우고 주인장과 산 얘기를 하느라 부산하였다.
복잡하고 삭막한 서울에서 살면서 고향 지리산을 항상 그리워하지만 멀다는 핑계로 잘 가지 못하는데, 이번 여름에는 꼭 한번 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공미가 가미된 것보다 풋풋하고 세련되지 못하지만 자연 그대로가 좋고, 번잡한 도심보다는 한적한 시골이 더 마음에 든다. 그 분도 강원도 인제가 고향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고, 그 곳에서 자란 자식들의 고향이니 사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20년 전의 코흘리개 아들은 벌써 결혼을 해서 아이를 둘씩이나 두고 원통에 살고 있었다. 새삼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 된다. 간만에 정신이 맑아지고 유익한 강원도행이 아닌었던가 싶다.
그날 밤 파도가 쉼 없이 부서지는 속초 해변에서 밤 하늘의 초롱초롱한 별을 보면서 캔맥주 한잔 하려는 계획은 무산되었다. 대신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해변 횟집에서 제철인 오징어 회에 병맥주만 마셨다. 해변이 아닌 횟집에서 술을 마시게 되어 처진 기분도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 속에 사라져 버렸다.‘마음 속의 부처’라고 세상의 모든 행복과 고통, 걱정이 모두 내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새벽녘에 해변을 거닐면서 거칠어진 해변의 파도소리 속으로 근자에 가졌던 근심을 실어 보냈다. 가끔씩 자연 속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는가 싶다.
다음 날 새벽부터 비가 내렸지만 간밤의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속초의 명물인 곰치로 끓인 곰치국인, 물곰탕을 먹으러 갔다. 20여 년 전 속초에 머물렀을 때 자주 먹으러 갔던 속초 시장의 단골집을 찾아 갔지만 없어졌다. 시장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요즘 곰치가 안 잡혀서 시장통에 있던 집들은 전부 문을 닫았다고 한다. 동명항 근처에 전통식으로 곰치국을 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사돈집(033-638-0915)’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이미 가게 안에는 간밤의 술에 찌든 주당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벽에는 물곰탕을 예찬하는 지역 시인의 글이 걸려 있었다. 속초 인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했다는 시인도 나처럼 술을 좋아했는지 ‘시원한’물곰탕의 매력을 잊지 못한 듯 구절마다 찬양 일색이다.
곰탕을 한 그릇 시원하게 비우고 나니 기분이 개운해졌다. 관동팔경이라는 청간정에도 올라보고 영랑호 근처 바위에도 올라가 보고 숲 속을 산책도 하였다. 속초는 20년 전과 비교해서 단지 청초호에 다리가 생긴 것을 빼고는 발전된 곳이 하나도 없어 옛 기억을 더듬어 찾아갈 수가 있었다. 속초의 매력은 산과 바다가 같이 있다는 것인데, 구름과 해무에 뒤덮힌 설악산은 흔적조차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미시령 옛 고개길을 넘어면서 속초 해안을 다시 보고 싶었지만 해무로 인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고개를 넘자 날씨는 다시 맑아졌고 간밤에 비도 오지 않은 듯 전혀 딴 세상이 되어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30년 이상 공직에 계시다가 정년퇴직하여 강원도 인제 버스터미널 앞에서 ‘하늘 내린 황태구이집(033-461-5400)’을 하시는 옛 지인을 만나러 갔다. 90년대 초반에 속초에서 머물 때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니 20여 년 만에 만나게 된 것이다. 진부령 고개에서 말리는 황태가 일품인데 요즘은 중국에서 말린 황태도 들어오고, 러시아에서 말린 황태까지 강원도 골짜기에 들어온다고 한다. 중국산은 흙 냄새가 나고 러시아산도 약간 묵은 내가 난다고 하는데 먹어보지 못했으니 구분을 할 수는 없었다. 상위에 오른 각종 산나물과 야채는 직접 산에서 손수 채집하였거나 재배한 것이라고 했다. 취나물이며 두릅 등 각종 산나물과 텃밭에서 재배한 야채로 만든 반찬과 강원도 청정쌀로 지은 밥이 새하얀 이천 도자기에 담겨서 배고픈 나그네를 정갈하게 맞았다. 정성이 깃든 진수성찬으로 잘 대접받았다. 직접 채취하고 재배한 산나물과 야채로 상을 차린다는 소문에 설악산 등산을 다녀오는 등산객 일행들이 방은 가득 메우고 주인장과 산 얘기를 하느라 부산하였다.
복잡하고 삭막한 서울에서 살면서 고향 지리산을 항상 그리워하지만 멀다는 핑계로 잘 가지 못하는데, 이번 여름에는 꼭 한번 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공미가 가미된 것보다 풋풋하고 세련되지 못하지만 자연 그대로가 좋고, 번잡한 도심보다는 한적한 시골이 더 마음에 든다. 그 분도 강원도 인제가 고향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고, 그 곳에서 자란 자식들의 고향이니 사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20년 전의 코흘리개 아들은 벌써 결혼을 해서 아이를 둘씩이나 두고 원통에 살고 있었다. 새삼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 된다. 간만에 정신이 맑아지고 유익한 강원도행이 아닌었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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