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술집에 걸린 글을 읽고
올해부터 기상청이 장마예보를 하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어느덧 지루한 장마도 지나가는 것 같다. 어제는 지방강연을 다녀오면서 좁은 국토에서 기후변화를 몇 번이나 경험하였다. 서울을 출발할 때는 맑았는데, 죽령고개를 넘을 때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죽령을 넘고 문경을 지나면서 햇볕이 따가웠다. 물론 강연을 하고 돌아오면서도 고갯마루마다 이슬비가 쏟아지는 경험을 하였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에는 어느 길가의 막걸리 집에서 파전을 안주 삼아 동동주를 마시고 싶은 유혹을 자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이런 호사를 부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메일을 열어보니 선배님이 어느 선술집에 걸려있는 글이라고 아래의 글을 보내주셨다.
친구야! 이쁜 자식도 어릴 때가 좋고
마누라도 배꼽 밑이 즐거울 때가 부부 아니냐.
형제간도 어릴 때가 좋고
벗도 형편이 같을 때가 진정한 벗이 아니더냐.
돈만 알아 요망지게 살아도 세월은 가고
조금 모자란 듯 살아도 손해 볼 것 없는 인생사라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자.
내가 믿고 사는 세상을 살고 싶으면
남을 속이지 않으면 되고
남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면 나 또한
가까운 사람에게 가슴 아픈 말 한 적이 없나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가자.
친구야! 큰 집 천 간이라도
누워 잠 잘 때는 여덟 자 뿐이고
좋은 밭 만 평이 되어도 하루 보리 쌀 두 되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세상이니
몸에 좋은 안주에 소주 한 잔과
묵은 지에 우리네 인생을 노래하세.
멀리 있는 친구보다
지금 당신 앞에 이야기 들어줄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사람이 아닐까?
- 어느 선술집에 걸려있는 글 -
구구절절 모두 가슴이 와 닿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향이 생각나고 친구가 그립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서 막걸리 한잔이라도 걸치고 싶게 된다. 가만히 둘러보면 ‘벗도 형편이 같을 때 진정한 벗이 아니더냐’라는 글 처럼 친구도 형편이 같고 생각이 같을 때 편안하고 친구로 느끼게 되는데, 오랜 세월은 친구 간의 형편이 같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모진 세월의 풍파를 다 겪어보았으리라 미루어 짐작이 된다.
술을 좋아하다 보니 술집에 가면 먼저 벽면에 누가 글을 남겼는지 보면서 먼저 거쳐간 손님들의 발자취를 한번 보는 습관이 있다. 요즘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이 다녀갔다고 사인을 해 놓고 사진을 남겨놓은 음식점이 많은데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차라리 이름없는 수 많은 주당들이 남겨놓은 글을 읽으면서 동질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술꾼들이 똑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빈낙도하는 소박한 삶 속에서도 사람 사는 멋과 정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세속이 진정 낙원이 아닐까 생각된다.
친구야! 이쁜 자식도 어릴 때가 좋고
마누라도 배꼽 밑이 즐거울 때가 부부 아니냐.
형제간도 어릴 때가 좋고
벗도 형편이 같을 때가 진정한 벗이 아니더냐.
돈만 알아 요망지게 살아도 세월은 가고
조금 모자란 듯 살아도 손해 볼 것 없는 인생사라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자.
내가 믿고 사는 세상을 살고 싶으면
남을 속이지 않으면 되고
남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면 나 또한
가까운 사람에게 가슴 아픈 말 한 적이 없나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가자.
친구야! 큰 집 천 간이라도
누워 잠 잘 때는 여덟 자 뿐이고
좋은 밭 만 평이 되어도 하루 보리 쌀 두 되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세상이니
몸에 좋은 안주에 소주 한 잔과
묵은 지에 우리네 인생을 노래하세.
멀리 있는 친구보다
지금 당신 앞에 이야기 들어줄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사람이 아닐까?
- 어느 선술집에 걸려있는 글 -
구구절절 모두 가슴이 와 닿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향이 생각나고 친구가 그립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서 막걸리 한잔이라도 걸치고 싶게 된다. 가만히 둘러보면 ‘벗도 형편이 같을 때 진정한 벗이 아니더냐’라는 글 처럼 친구도 형편이 같고 생각이 같을 때 편안하고 친구로 느끼게 되는데, 오랜 세월은 친구 간의 형편이 같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모진 세월의 풍파를 다 겪어보았으리라 미루어 짐작이 된다.
술을 좋아하다 보니 술집에 가면 먼저 벽면에 누가 글을 남겼는지 보면서 먼저 거쳐간 손님들의 발자취를 한번 보는 습관이 있다. 요즘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이 다녀갔다고 사인을 해 놓고 사진을 남겨놓은 음식점이 많은데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차라리 이름없는 수 많은 주당들이 남겨놓은 글을 읽으면서 동질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술꾼들이 똑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빈낙도하는 소박한 삶 속에서도 사람 사는 멋과 정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세속이 진정 낙원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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