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가이드 북 - 일요서울 소개 기사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9 오전 11:42:00

인터뷰 <탐정 가이드북> 펴낸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미궁에 빠진 사건…‘셜록 홈즈의 후예’ 가 해결

▣ 글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sun.co.kr

2010-04-06 10:59:58

한국에도 탐정 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검찰, 경찰은 물론 국정원에서도 수사 방법을 배우러 오는 탐정의 세계는 방대하고, 전문적이다. 특히 한 가지 분야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21세기에 탐정이야말로 매력적인 직업이다. 실제로 법조인, 컴퓨터 프로그래머, 교수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탐정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탐정의 세계를 다룬 <탐정 가이드북>(민진규 저, 예나루 출판)이 출판되어 탐정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냈다. 그간 영화나 소설에서나 만날 수 있던 탐정의 세계를 <탐정 가이드북>의 저자 민진규(현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을 만나 생생히 들어봤다.

“우리는 항상 미래의 무엇인가를 찾아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사람들이 탐정영화를 선호하는 것도 우리의 인생 역시 탐정수사와 닮았기 때문이다.”

일본 탐정 영화를 연출한 하야시 가이조 감독의 인터뷰이다.

그간 <설록 홈즈>를 비롯해 <그림자 살인> 등 탐정은 영화나 소설의 주요 소재가 되어왔다. 그만큼 탐정은 재미와 감동을 주는 신선한 소재임이 틀림없다. 현재는 탐정이라는 말보다 민간조사원(PI·Private Investigator)이라는 이름으로 탐정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적인 탐정 수사 도입해 극악 범죄 막아야

민간조사원은 검찰이나 경찰이 놓쳐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재수사해 정확한 증거를 찾아 사건의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부터 범죄사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풀어나가며 ‘사회의 공기’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

몇 년 새 한국에도 이런 민간조사원 도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국회에 민간조사원법이 계류 중이다.

민간조사원의 업무는 경찰이나 검찰이 모든 수사에 나서는데 한계가 있는 것을 대신해 사건에 관련된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고 실종자나 도피한 피의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게 주요 업무이다.

최근 <탐정 가이드북>을 펴낸 민진규 소장은 “탐정은 마술가가 아닌 전문 수사가”라며 “우리나라에서 탐정이 멀게 느껴지는 것은 제도화되지 않았을 뿐더러 아직도 공공기관의 수사력이 이렇다 할 전문수사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살인사건이다. 지금껏 국내 극악 범죄가 터질 때마다 경찰, 검찰의 ‘초동수사’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 역시 수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피해자 몸에서 나온 DNA와 피의자 김길태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어, 유죄를 명확히 입증하기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아있다.

민 소장은 “수사는 단계별로 차근차근 이뤄져야 한다. 고문과 협박이 아닌 심리 수사를 병행해야 하는데 공공기관이 모든 사건을 절차에 맞춰 하기란 역부족”이라며 민간조사원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민간조사원제도 도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회가 복잡 다변화되면서 범죄도 날로 지능화된다.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들이 많다. 이들 사건에 대부분은 초등수사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범죄는 ‘감(感)’이나 ‘경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냉철한 사고로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탐정교육의 시작점이다.”

민간조사원은 탁월한 능력보다 열정과 정의를 지키려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 소장은 “경찰, 검찰도 유착 비리는 끊임없다.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간조사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신과 직업의식이 없다면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민간조사원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철저한 직업윤리와 소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민간조사원의 세계에는 검은 유혹이 비일비재하다.

민간조사원은 의뢰인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일반적인 교통사고에서부터 산업스파이, 보험사기, 기업비리 등의 수사를 한다. 특히 산업스파이와 기업비리 수사를 하는 과정에선 상대측으로부터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에 웃도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그때마다 철저한 직업의식이 없다면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민 소장은 민간조사원의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한 법률적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상 의뢰인이 승리할 수 없다. 패소를 할 경우 짊어질 비용 부담이 크다. 그런 점에서 민간조사원을 고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민간조사원은 법과 정의의 편에 서서 사건의 본질을 사심 없이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한다. 만약 탐정이 수사의 원칙에서 벗어나거나 위배됐다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조사원법’을 만들고탐정업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민 소장의 저서 <탐정 가이드북>에는 탐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다. 직업관에서부터 수사기법, 법률지식 등이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책을 읽게 되면 누구나 탐정의 기초를 이해할 수 있다.

민간조사원법은 지난 16대부터 국회에 사립 탐정 관련 법안 상정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 그리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려 법 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민 소장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력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민간수사기관이 제도화 돼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수사 자격이 주어지는 순간부터 자리에만 의존하는 폐쇄된 수사 구조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향후 민간조사원이 제도화 돼 수사기관 간 선의의 경쟁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의 수사력은 한층 격상될 것이다. 민진규 씨와 함께 조만간 한국에서 재현될 ‘제2의 셜록 홈즈’들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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