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효성그룹(2)]다른 기업과 차별화 된 사회공헌활동 개발 필요[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0월 24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효성그룹 편(2회)]
[효성의 기업문화(2)]효성의 사회공헌활동
다른 기업과 차별화 된 사회공헌활동 개발 필요
이벤트성 행사 지양하고 정신적 가난까지 구호하라
(2)효성의 Vision: Goal & Responsibility
효성의 비전을 찾아보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참조했지만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없었다.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에 ‘고객의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이라는 슬로건이 있고, ‘언제나 당신 곁에 함께하는 기업’, ‘세계를 향해, 미래를 향해’,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기업’이라고 되어 있어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모든 기업이 고객가치를 고민하고 고객 서비스를 고민한다는 측면에서 효성이 추구하는 슬로건이나 가치가 특이하지는 않다. 효성의 비전(vision)을 목표(goal)와 책임(responsibility)의 관점에서 진단해 보자.
미션과 핵심가치 등 구성원의 행동원칙 제시
창업자인 조홍제 회장은 유교적 가치, 가족가치,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경영을 했다고 한다. 돈보다는 신의가 중요하다는 점은 청춘을 바쳐 일군 삼성으로부터 동업청산 요구를 받고, 기여분 계산을 위한 분쟁에서 느낀 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들은 모두 은퇴할 나이에 새롭게 기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면서 인생에 대한 고뇌도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창업자는 명확한 비전이나 미션은 세우지 않았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보인다.
2010년 효성은 새로운 도약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체제를 정비하고 미션(mission), 핵심가치(core value)와 구성원의 행동원칙을 제시했다. 미션은 ‘최고의 기술과 경영역량을 바탕으로 인류의 보다 나은 생활을 선도한다’이다. 일반적으로 비전은 추상적인 목표를 포함하고 미션은 구체적인 행동방침을 정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효성의 미션은 미션이라기보다 비전에 가깝다. ‘인류의 보다 나은 생활’이라는 용어는 ‘복지’나 ‘삶의 풍요’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4대 핵심가치는 ‘최고, 혁신, 책임, 신뢰’ 등으로 정했다. 4대 가치는 임직원의 사고와 행동의 기준이 된다고 한다. 8대 행동원칙은 각 가치 별로 2개씩 있다. 최고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원칙은 끊임없는 학습으로 경쟁력 확보, 글로벌 마인드로 세계를 개척해야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없는 일을 제거, 긍정적 마인드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이다.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인의식 고양, 포기하지 않는 임무완성이 필요하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사실과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하고, 서로 존중하며 협력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value)는 리더가 솔선수범해서 지켜야 임직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효성의 가치와 행동원칙은 매우 구체적이기는 하지만 과연 임직원이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킬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비전이나 미션이라는 것이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로서 구성원의 의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 더 실행성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공헌활동이 마케팅 수당이 되어서는 곤란
효성이 중간재와 관련된 사업을 하면서 브랜드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만큼 효성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활동도 파악하기 어렵다. 각 사업부문 별로 지역밀착형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불우이웃돕기, 헌혈, 하천 가꾸기, 농촌 일손 돕기 등 대부분의 기업이 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효성은 금호와 유사하게 문화에 대한 후원도 하고 있다. ‘효성 컬처 시리즈’는 전 세계 소외된 계층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문화와 예술, 스포츠를 후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평상시 문화활동을 경험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좋은 행사다.
효성이나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해지기는 했지만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먼저 사회공헌활동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전시성 행사가 된지 오래되었다. 각종 공헌활동 장소에 평상시 보이지 않던 오너나 최고경영자가 나타나거나 배포용 기념사진은 필수 코스다. 고지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연탄을 나르는 행사도 이벤트성에 가깝다. 대기업의 고급 인력 수백 명이 좁은 골목길에 줄을 서 연탄을 건네는 모습은 외부에 비치기에 멋져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하루 종일 나른 연탄의 구입가격과 동원된 인력들의 인건비를 비교한다면 연탄구입가는 인건비의 수백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정말 비효율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업무와 직원의 역량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시리얼 업체인 켈로그(Kellogg Corporation)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때 가난한 빈민들에게 자사의 시리얼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때부터 시리얼은 미국의 대표적인 아침식사가 되었고, 켈로그는 시리얼을 생산하는 대표기업이 되었다. 세계 1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는 저소득층 청소년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한다.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직원들은 그 활용법을 가르치는 활동에 재능을 기부한다.
다음으로 사회공헌활동이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 시혜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말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먹을 것 조금 가져다주는 것만으로 가난을 극복할 수 없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립(自立)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 가난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단순히 배고픈 것이 가난인지, 아니면 정서불안으로 공허한 상태까지도 가난에 포함시켜야 되는지 고민스럽다. 실제 글로벌 복지법인들은 육체적 가난뿐만 아니라 정서적 가난까지 구호의 대상으로 선정해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자체를 폄하할 의도는 없다. 다만 사회발전에 따라 사회공헌활동의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효성처럼 두드러진 사회공헌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특히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공헌활동을 창의적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높다. 단기적인 효과에 급급해 이벤트로 접근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앞에서도 밝혔는데, 여러 가지 사례로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조금 더 진화된 사회봉사활동의 모델을 개발할 시점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협력업체와의 상생 위해 틀 바꿔야
효성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하에 상생(相生)의 노력을 하고 있다. 무한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가절감, 품질향상, 효과적인 마케팅전략 수립 등이 필수적이다. 대기업은 선진기술 습득이나 시장(market)과 제품(product)에 대한 새로운 정보(intelligence)를 획득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생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혁신이 불가능한 국내 대기업의 구조상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효성에 관련된 자료와 뉴스를 검색하고 업무적으로 관련된 기업 종사자들과 인터뷰를 했지만 효성의 협력노력이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차별성이 없었다. 오히려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하니까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나열해 홍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정거래법이 강화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현실은 반비례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수립했고,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한 저변에 규모의 경제(the scale of economy)나 대기업의 효율적 운영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paradigm)이 바뀌었다는 점을 감안해 국가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친 MB정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격이 더 벌어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2010년 12월 동반성장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초대 위원장에는 전직 국무총리인 정운찬 씨가 맡았다. 그는 ‘초과이익공유제’와 같은 신조어를 만들면서까지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MB정부의 정책수행 의지가 약하다는 이유를 들어 2012년 3월 사퇴했다. 그리고 바로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들어 의욕적으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선출마설을 흘리며 다른 대선 주자들이 외치는 경제민주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자신이 그동안 주창하던 동반성장이라고 주장한다.
동반성장이든, 경제민주화든 어느 것이 목적이고 수단인지 구분하기 보다는 왜 이런 용어가 주목을 받고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공헌활동도 시혜적 차원에서 벗어나 기업활동과 연관이 되어야 하고, 상생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협력업체와의 관계도 대기업이 약자인 중소기업을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인정해야 한다. 실제 대기업이 외국기술을 무차별적으로 도입하고, 외국제품을 베끼느라 정신이 없을 때 중소기업들은 기술국산화와 창의적인 제품개발을 주도했다. 대기업이 약탈적 거래관계를 청산하려는 의지를 보일 때가 상생의 출발점이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저작권자 © Institute for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