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효성그룹(6)]퍼포먼스 경영시스템 도입-권한 위임,책임 강조[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1-14 오후 6:13: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07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효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효성그룹 편(6회)]

퍼포먼스 경영시스템 도입…권한 위임·책임 강조

검증된 통합시스템 구축으로 글로벌 경영 도모


▲ 반포 새빛 둥둥섬(6)효성의 System: Methodology & Operation

시스템경영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경영도구의 개발은 아직 미흡하다. 시스템경영이라는 용어조차 정의하지 못하고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말만 하고 있는 것도 시스템경영이 도구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가장 효율적인 경영혁신의 도구가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효성도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쳤지만 의도한 성과가 나지 않고 있어 경영시스템 전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효성이 구축해 운영하는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의 관점에서 진단해 보자.

그룹 차원서 PI·ERP프로젝트 추진

효성은 그룹 차원에서 PI·ERP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2013년 오픈 예정이다. PI(Process Innovation)는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으로 경영혁신 활동이다. 업무 프로세스, 조직, IT 등 기업활동의 전 부문에 걸쳐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효과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재구축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인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는 전사적 자원관리로 기업 전체를 경영자원의 효과적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경영의 효율화를 기하기 위한 수단이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업무체계개선과 자원관리를 하기 위해 PI·ERP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신사업을 벌이면서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높을 때 새로운 경영도구를 도입한다. 효성은 이처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내부직원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IT프로젝트의 프로젝트관리자(PM)로 베어링포인트의 여직원을 스카우트했고 임원으로 임명했다. 효성이 프로젝트의 비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PI는 현재의 업무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업무컨설팅이 주로 필요하지만 ERP는 자체 개발하거나 패키지(package)를 도입해야 한다. 과거에는 SI(System Integration)라고 해서 개별 기업의 실정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유행이었지만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등 측면에서 문제점이 많아 최근에는 패키지도입이 대세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채택한 패키지를 도입할 경우 소위 말하는 ‘Best Practice’를 도입할 수 있어 매우 유리하다. 효성도 이런 관점에서 2011년 새로운 ERP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오라클 ERP가 자사의 실정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 사용했지만 국내 대기업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SAP ERP로 변경했다. SAP ERP가 유연성이 낮아 외면 받기도 했지만 최근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기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자사의 프로세스에 적합하게 서비스를 조합할 수도 있고, SAP가 제공하지 않는 기능의 경우 직접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의 연동이 가능해졌다. 섬유, 정보통신, 무역, 건설 등의 계열사 업무에 SAP ERP를 적용하기로 결정해 업무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집단의 경우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의 표준화, 데이터의 통합이 중요 과제다. 업무가 복잡해지고 많은 법인을 거느린 대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일 패키지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효성도 SAP ERP를 통해 의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이 통합되면 중앙에서 모든 정보의 흐름을 한눈으로 볼 수 있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의 취득, 조합, 분석이 용이해진다. 효성도 늦기는 했지만 삼성, LG, 포스코, 두산 등의 기업과 유사한 형태의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영혁신·효율화 위해 'PI·ERP 프로젝트' 추진

효성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퍼포먼스(performance)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그룹을 섬유, 화학, 중공업, 무역 등 7개 퍼포먼스 그룹(PG, Performance Group)으로 나누고 하위에 사업단위의 퍼포먼스 유니트(PU, Performance Unit)으로 세분화했다. PU나 PG 단위별로 책임자를 임명해 소신껏 경영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프로정신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를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프로가 아마추어와 다른 점은 자신의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효성의 퍼포먼스 경영시스템은 명칭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도입한 성과주의 시스템인 BSC(Balance Scorecard)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BSC는 균형성과지표라고 부른다. 차이가 있다면 퍼포먼스 경영시스템은 권한을 위임해 책임을 강조한 반면, BSC는 재무적 지표평가에 한정된 성과측정을 비재무적 지표까지 확장했다는 점이다. 퍼포먼스경영시스템은 성과향상을 위해 조직측면에서 접근했고, BSC는 평가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BSC는 이미 IT시스템이 패키지로 개발되어 있어 성과주의를 운영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다. 효성이 자랑하는 퍼포먼스 경영시스템이 BSC와 같이 체계화된 경영도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성과를 강조하는 경영철학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에 따라 이해도가 다르고, 성과평가도 기준과 주체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책임은 있지만 권한이 없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진전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체계화 측면에서 보면 아직 미진하다고 봐야 한다.

효성이 퍼포먼스 경영시스템으로 외형보다는 내실을 기했다고 주장하지만 구분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할지라도 구성원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준이 상향식(bottom-up) 결정인지, 하향식(top-down) 결정인지에 따라 직원들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진다.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목표설정(goal setting)도 매우 중요하다.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아님 애초부터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인지에 따라 달성에 대한 직원의 의지가 달라진다.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성과주의 도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과에 따른 보상과 처벌시스템도 잘 설계돼야 한다. 보상만 있고 처벌이 없으면 안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보상이 반드시 물질적일 필요는 없지만 정신적인 보상만 강조해도 반쪽짜리 성과주의 시스템에 불과하게 된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말은 쉽지만 제대로 구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제도의 유연성과 경직성도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효성의 퍼포먼스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래저래 체계화시키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마 구호의 약발이 떨어졌던 시점부터 내부적으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체계적 운영 위해 다양한 시스템 적용 고민해야


▲ 왼쪽부터 조현문 사장, 조현준 사장, 조현상 전문
기업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시스템은 환경변화 모니터링시스템, 경영목표 추진시스템, 경영혁신 관리시스템, 변화관리시스템, 성과관리시스템 등이다. 모든 기업이 개념적으로 유·무형의 시스템을 운영(operation)하고 있지만 성취효과는 차이가 크다. 효성도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글로벌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시스템을 소개함으로써 시스템체계를 수립하는데 팁(tip)을 제공하고자 한다.

먼저 환경변화 모니터링시스템은 경기변화, 국가정책변화, 시장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주간 단위나 일일 단위로 내·외부 환경에 관한 보고서를 회장이나 사장에게 보고한다. 글로벌 기업의 부서장이나 해외 법인장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환경변화보고서 작성이다. 환경변화를 보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고해야 한다.

둘째, 경영목표 추진시스템은 기존에 추진하는 과제를 관리하고 신규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추진 과제의 관리는 유지할 과제, 심화할 과제, 종료할 과제로 나뉜다. 실적이 나쁘더라도 성장잠재성이 높다면 심화해야 하고, 실적이 좋더라도 미래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면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추진목표가 달성되었거나 실적이 나쁠 뿐만 아니라 비전도 불투명하다면 과제진행을 종료해야 한다. 사업이나 과제는 외부환경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므로 신규과제를 발굴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셋째, 경영혁신관리시스템은 전략과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추진한 과제의 실적을 관리한다. 경영혁신(innovation)은 기존의 사업과 관리방안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다. 사고의 틀(frame)을 바꿔 창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영목표 추진시스템에서 발굴한 신규과제를 전략과제로 추진할 수 있는지 방안을 고민하고 분기단위로 실적을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략과제라고 해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수정/보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넷째, 성과관리시스템은 전략과제 추진성과를 점검하고 평가해 보상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성과를 관리하지 않으면 조직의 활력이 급속하게 떨어진다. 특히 경영진이 미래 수종사업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한 사업의 경우 성과를 점검하고 분석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성과는 재무적, 비재무적 기준에 의해 평가하고 보상은 개인별, 팀별로 구분해야 한다. 보상이 업무추진 의욕을 고취시키지만 어떤 시점을 벗어나면 제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의도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시스템은 내·외부 고객의 변화를 촉진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킨다. 변화는 긍정적, 부정적 변화가 있어 어떤 방향으로 유도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보공유를 확대하는 것은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자발적인 변화가 좋지만 외부의 충격이나 변화를 감지할 때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는 측면에서 환경변화 모니터링시스템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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