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STX그룹(3)]수직계열화는 성장 동력이자 계열사 동반 부실화 주범[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03월 20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STX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STX그룹 편(3)] (3)STX의 사업:
수직계열화는 성장 동력이자 계열사 동반 부실화 주범
해운업 물동량 감소‧조선업 불황으로 타격 장기화
해외시장에 주력했지만 뚜렷한 실적은 없어
▲ STX그룹 본사 사옥 전경
(3)STX의 사업: 제품 & 시장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X의 주력사업은 조선업과 연관되어 있다. 그룹의 사업목표가 조선업 수직계열화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조선경기가 침체되면서 사업구조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양한 외부환경의 위협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STX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2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의 제품(product)과 시장(market)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해운업 물동량 감소‧조선업 불황으로 타격 장기화
STX는 쌍용중공업, 대동조선, 범양상선, 아커야즈 등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STX조선,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STX유럽으로 개칭해 조선·해양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STX가 잘 나갈 때 많은 전문가들은 과감한 시설투자와 신규시장 개척, 해외영업력 강화에 박수를 보냈다. 선박엔진 사업을 하면서 납품처인 조선소를 인수하고, 배를 만들고 보니 구매처인 해운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해운회사를 인수하고, 해운회사를 인수해 운영하다 보니 화물의 수요가 많은 발전소를 인수하는 식이다.
사업의 확장은 수직계열화의 논리에는 적합하지만, 계열사 하나가 실적이 부진하면 다른 계열사로 부실이 확장될 수 있다. 수직계열화는 기업이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제조과정으로 통제하면서 운영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 사업확장도 운영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효율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쟁력도 없는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부품을 사용하기도 하고, 차입금에 대해 연대지급보증을 했다. 결국 부실계열사는 우량계열사까지 망하게 만들었다.
수직계열화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달콤한 유혹이지만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선도기업들도 수직계열화를 완전하게 구축한 기업이 많지 않다. 조선업계의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도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대신 제품라인업의 강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의 저부가가치 벌크선, 컨테이너선에서 LNG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TX의 경우 엔진이나 조선에서 계열사가 빅3와 비교해 경쟁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수직계열화로 STX그룹 전체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지만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하나의 제품으로 수백 년을 살아남는 기업도 있고, 매출규모는 작지만 엄청난 수익률을 자랑하는 알짜기업도 많다. 한국의 대기업도 내실보다는 매출액 규모로 덩치경쟁만 하면서 체질이 허약해져 있다.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STX팬오션이 타격을 입고, 실적이 악화된 STX팬오션의 STX조선해양에 선박발주를 하지 못하고, STX조선해양은 선박발주를 받지 못하면서 STX조선에 엔진이나 기자재 발주를 하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STX는 차입금으로 외연을 확장한 결과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다. 부채를 해결하고 그룹을 정상화하려면 조선업 자체가 호전돼야 하지만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동반부실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재생 에너지‧발전 등 신사업 방향도 잘못 잡은 듯
2009년부터 STX가 성장동력으로 삼고 추진하는 신사업도 기존사업과의 연계성, 기술력의 확보 유무, 시장성 등 모든 영역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녹색산업을 하기 위해 국내에 풍력발전사업을 하기 위해 2009년 인수한 네덜란드의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하라코산유럽, 현재의 STX윈드파워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도 사업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
▲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STX 강덕수 회장
MB정부가 녹색성장이니, 그린사업이니 주창하자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신성장 동력으로 채택한 것이 그린 에너지 사업이다. 그린에너지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독일, 일본 기업들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 기술력도 없는 국내 대기업이 사업을 하겠다는 발상도 놀랍다. 기술개발에 수십년이 투자돼야 하지만 그런 노력이나 사업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일단 무작정 해외에서 장비를 들여와 정부의 보조금이나 받아 이익을 내겠다는 것이 신사업이다.
최근 웅진그룹이 태양광사업에 쏟아 부은 투자금이 ‘빛’이 아니라 ‘빚’이 되어 그룹을 흔들고 있다. 웅진그룹은 그룹의 핵심이고 알짜기업인 웅진코웨이, 웅진패스원을 팔았지만 미래전망은 어둡다. 아마도 웅진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이 추진하는 신사업도 ‘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삼성그룹도 제일모직, 삼성물산, 에버랜드 등이 태양광발전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투자를 지속하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민자화력발전 등 민자발전사업도 MB정부의 잘못된 국가정책 산물이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자회사들이 임무를 망각한 채 국가기간산업을 민간업체에 팔아먹는 형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민자발전사업도 국내 많은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지만 결국 잘못된 국가정책으로 국민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핵심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대기업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편승해 세금을 축내는 사업이다.
STX에너지가 유류유통사업도 하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나 중소자영업자 보호논리를 차치하고라도 재계서열 12위이고 조선부문 수직계열화를 이룬 대기업이 신사업으로 동네 주유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자체 발표자료를 보면 R&D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국내 다른 조선업 경쟁사인 국내 조선 빅3와 같이 LNG, 유조선, 해양플랜트 영역에서 STX만의 특화된 기술도 보이지 않는다. 신규사업에 대해서도 신규기술 개발능력을 확보했거나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장을 하기 위해 신사업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신사업이라는 것이 기존의 사업과 전혀 다른 사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STX도 태양광, 풍력 등 조선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이 아니라 조선업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거나 고부가가치 선박설계와 같은 영역에서 신사업을 벌여야 했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정작 필요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에 투자할 재원을 다른 부문에 낭비해 결과적으로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 셈이다. 기업이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100년 기업이 될 수 없다.
해외시장에 주력했지만 뚜렷한 실적 없어
한국을 중심으로 해 유럽, 중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홍보를 하고 있지만 한국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STX유럽은 부실기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실질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내던 STX OSV는 매각했다. STX다롄도 조선기자재, 엔진 등 배를 만들기 위해 한 곳에서 일관공정을 모두 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는 말을 하지만 수주자체가 어렵다. 아직 국내 수준의 생산효율성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인수한 기업을 매각하거나 지분매각으로 자금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미 상당한 매출을 내던 STX OSV는 매각이 완료됐고, 주력기업인 STX팬오션도 매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STX다롄의 지분도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조선업 자체가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고, 중국도 국적 조선사를 키우려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어 지분매각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호화유람선 관광도 줄어들고 있어 아커야즈 인수도 잘못된 M&A로 보는 시각이 있다. 크루즈선 건조사업이 기술력과 브랜드가 있어야 하는 블루오션(blue ocean)사업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양산업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몇 년치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최소한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유람선을 건조하는 사업특성상 수요가 불투명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유럽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경험하고 있어 STX유럽을 위해 재정지원을 하기도 어렵다.
시장 측면에서 봐도 STX의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글로벌 경제로 인해 조선사업도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해외 선박수주가 급감하고, 물동량도 감소하고 있다. 조선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으로서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시장다각화와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유럽과 중국으로 시장을 확대했지만 관련 국가정부의 지원은 적극적이지 못하다. 중국정부는 자국의 조선사를 살리기 위해 국영기업들에게 선박발주를 독려하고 자금지원을 하고 있지만 한국정부의 지원은 감감 무소식이다.
미래수요도 불투명하지만 선박대금 지급방식이 선박인도 시에 대금의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heavy tail)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자금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차입금이 많은 조선사들이 자금부담 때문에 선박수주를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우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조선산업의 앞길이 가시밭길이라는 사실은 STX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03월 20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STX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STX그룹 편(3)] (3)STX의 사업:
수직계열화는 성장 동력이자 계열사 동반 부실화 주범
해운업 물동량 감소‧조선업 불황으로 타격 장기화
해외시장에 주력했지만 뚜렷한 실적은 없어
▲ STX그룹 본사 사옥 전경
(3)STX의 사업: 제품 & 시장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X의 주력사업은 조선업과 연관되어 있다. 그룹의 사업목표가 조선업 수직계열화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조선경기가 침체되면서 사업구조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양한 외부환경의 위협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STX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2번째 DNA인 사업(Business)의 제품(product)과 시장(market)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해운업 물동량 감소‧조선업 불황으로 타격 장기화
STX는 쌍용중공업, 대동조선, 범양상선, 아커야즈 등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STX조선,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STX유럽으로 개칭해 조선·해양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STX가 잘 나갈 때 많은 전문가들은 과감한 시설투자와 신규시장 개척, 해외영업력 강화에 박수를 보냈다. 선박엔진 사업을 하면서 납품처인 조선소를 인수하고, 배를 만들고 보니 구매처인 해운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해운회사를 인수하고, 해운회사를 인수해 운영하다 보니 화물의 수요가 많은 발전소를 인수하는 식이다.
사업의 확장은 수직계열화의 논리에는 적합하지만, 계열사 하나가 실적이 부진하면 다른 계열사로 부실이 확장될 수 있다. 수직계열화는 기업이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제조과정으로 통제하면서 운영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 사업확장도 운영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효율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쟁력도 없는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부품을 사용하기도 하고, 차입금에 대해 연대지급보증을 했다. 결국 부실계열사는 우량계열사까지 망하게 만들었다.
수직계열화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달콤한 유혹이지만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선도기업들도 수직계열화를 완전하게 구축한 기업이 많지 않다. 조선업계의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도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대신 제품라인업의 강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의 저부가가치 벌크선, 컨테이너선에서 LNG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TX의 경우 엔진이나 조선에서 계열사가 빅3와 비교해 경쟁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수직계열화로 STX그룹 전체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지만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하나의 제품으로 수백 년을 살아남는 기업도 있고, 매출규모는 작지만 엄청난 수익률을 자랑하는 알짜기업도 많다. 한국의 대기업도 내실보다는 매출액 규모로 덩치경쟁만 하면서 체질이 허약해져 있다.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STX팬오션이 타격을 입고, 실적이 악화된 STX팬오션의 STX조선해양에 선박발주를 하지 못하고, STX조선해양은 선박발주를 받지 못하면서 STX조선에 엔진이나 기자재 발주를 하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STX는 차입금으로 외연을 확장한 결과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다. 부채를 해결하고 그룹을 정상화하려면 조선업 자체가 호전돼야 하지만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동반부실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재생 에너지‧발전 등 신사업 방향도 잘못 잡은 듯
2009년부터 STX가 성장동력으로 삼고 추진하는 신사업도 기존사업과의 연계성, 기술력의 확보 유무, 시장성 등 모든 영역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녹색산업을 하기 위해 국내에 풍력발전사업을 하기 위해 2009년 인수한 네덜란드의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하라코산유럽, 현재의 STX윈드파워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도 사업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
▲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STX 강덕수 회장
MB정부가 녹색성장이니, 그린사업이니 주창하자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신성장 동력으로 채택한 것이 그린 에너지 사업이다. 그린에너지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독일, 일본 기업들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 기술력도 없는 국내 대기업이 사업을 하겠다는 발상도 놀랍다. 기술개발에 수십년이 투자돼야 하지만 그런 노력이나 사업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일단 무작정 해외에서 장비를 들여와 정부의 보조금이나 받아 이익을 내겠다는 것이 신사업이다.
최근 웅진그룹이 태양광사업에 쏟아 부은 투자금이 ‘빛’이 아니라 ‘빚’이 되어 그룹을 흔들고 있다. 웅진그룹은 그룹의 핵심이고 알짜기업인 웅진코웨이, 웅진패스원을 팔았지만 미래전망은 어둡다. 아마도 웅진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이 추진하는 신사업도 ‘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삼성그룹도 제일모직, 삼성물산, 에버랜드 등이 태양광발전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투자를 지속하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민자화력발전 등 민자발전사업도 MB정부의 잘못된 국가정책 산물이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자회사들이 임무를 망각한 채 국가기간산업을 민간업체에 팔아먹는 형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민자발전사업도 국내 많은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지만 결국 잘못된 국가정책으로 국민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핵심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대기업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편승해 세금을 축내는 사업이다.
STX에너지가 유류유통사업도 하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나 중소자영업자 보호논리를 차치하고라도 재계서열 12위이고 조선부문 수직계열화를 이룬 대기업이 신사업으로 동네 주유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자체 발표자료를 보면 R&D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국내 다른 조선업 경쟁사인 국내 조선 빅3와 같이 LNG, 유조선, 해양플랜트 영역에서 STX만의 특화된 기술도 보이지 않는다. 신규사업에 대해서도 신규기술 개발능력을 확보했거나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장을 하기 위해 신사업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신사업이라는 것이 기존의 사업과 전혀 다른 사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STX도 태양광, 풍력 등 조선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이 아니라 조선업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거나 고부가가치 선박설계와 같은 영역에서 신사업을 벌여야 했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정작 필요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에 투자할 재원을 다른 부문에 낭비해 결과적으로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 셈이다. 기업이 본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100년 기업이 될 수 없다.
해외시장에 주력했지만 뚜렷한 실적 없어
한국을 중심으로 해 유럽, 중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홍보를 하고 있지만 한국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STX유럽은 부실기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실질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내던 STX OSV는 매각했다. STX다롄도 조선기자재, 엔진 등 배를 만들기 위해 한 곳에서 일관공정을 모두 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는 말을 하지만 수주자체가 어렵다. 아직 국내 수준의 생산효율성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인수한 기업을 매각하거나 지분매각으로 자금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미 상당한 매출을 내던 STX OSV는 매각이 완료됐고, 주력기업인 STX팬오션도 매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STX다롄의 지분도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조선업 자체가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고, 중국도 국적 조선사를 키우려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어 지분매각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호화유람선 관광도 줄어들고 있어 아커야즈 인수도 잘못된 M&A로 보는 시각이 있다. 크루즈선 건조사업이 기술력과 브랜드가 있어야 하는 블루오션(blue ocean)사업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양산업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몇 년치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최소한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유람선을 건조하는 사업특성상 수요가 불투명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유럽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경험하고 있어 STX유럽을 위해 재정지원을 하기도 어렵다.
시장 측면에서 봐도 STX의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글로벌 경제로 인해 조선사업도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해외 선박수주가 급감하고, 물동량도 감소하고 있다. 조선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으로서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시장다각화와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유럽과 중국으로 시장을 확대했지만 관련 국가정부의 지원은 적극적이지 못하다. 중국정부는 자국의 조선사를 살리기 위해 국영기업들에게 선박발주를 독려하고 자금지원을 하고 있지만 한국정부의 지원은 감감 무소식이다.
미래수요도 불투명하지만 선박대금 지급방식이 선박인도 시에 대금의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heavy tail)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자금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차입금이 많은 조선사들이 자금부담 때문에 선박수주를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우선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조선산업의 앞길이 가시밭길이라는 사실은 STX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저작권자 © Institute for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