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한화그룹(4)]매출 정체·이익률 낮아 신사업 투자재원 확보에 어려움[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3-04-25 오후 5:39: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04월 17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한화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한화그룹 편(4)] (4)한화의 성과

매출 정체·이익률 낮아 신사업 투자재원 확보에 어려움

차입 불가피…담보 맡긴 알짜 계열사 동반 부실화 위험

'10兆이라크 신도시' 등 해외사업도 리스크 높아

'황제 경영' 오너리스크 줄이기…경영혁신 계기 삼아야

(4)한화의 성과: 이익 & 위험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한화는 제조, 건설, 금융, 서비스‧레저 등의 사업분야에 국내 56개의 계열사, 해외 69개의 관련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국내 9대 대기업이다. 김승연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은 후 부실기업들을 인수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의 성장을 주도했지만 한화의 위험을 초래하기도 했다. 제왕적 경영자로 군림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오너일가가 기업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소위 말하는 ‘오너 리스크’가 일상화되면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화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세 번째 DNA인 성과(Performance)를 이익(profit)과 위험(risk)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차입 불가피…담보 맡긴 알짜 계열사 동반 부실화 위험

2010년 기준으로 한화는 매출 30조, 이익 1조2000억 원로 2008년 이후 점진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M&A를 통해 기업규모를 확장하고는 있지만 이익구조나 성장성은 낮은 편이다. 한화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인 금융, 화학 등이 성숙되었거나 정체되어 있다. 한화의 사업이 블루 오션(blue ocean)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레드 오션(red ocean)에 있다고 봐야 한다.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한 태양광 에너지, 바이오 사업 등이 성장잠재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한화가 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가 의문이다.


▲ 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이 계열사 커피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힌 '빈스앤베리즈'. 한화갤러리아가 자체 개발한 커피사업 브랜드인 빈스앤베리즈는 지난 2006년 설립, 36개의 점포를 직영체제로 운영해왔다.



주력사업이 정체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까지 매출 140조, 영업이익 12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추상적이고 달성 가능성이 낮다. 현재 사업구조에서 이익률이 3% 수준인데 어떻게 8.6%수준 정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전략도 없다. 대한생명의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생명보험 시장이 포화상태다. 보험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고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점도 목표달성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본다.

한화의 사업‧이익 구조를 보면 성과목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 태양광과 바이오 등 신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투자가 절실한데, 현재의 사업구조에서 잉여이익으로 신사업을 펼치기 어렵다. 차입이 불가피한데 경쟁력확보가 어려운 신사업에 투입하는 자금을 기존 알짜사업을 담보로 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웅진그룹처럼 미래가 불투명한 신사업을 하다가 알짜 계열사까지 부실해질 수 있다.

한화의 사업구조도 사업이 산만하게 넓게 펼쳐져 있고 연관성이 낮아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한화가 나름대로 금융업의 종합화, 태양광사업의 수직계열화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시도하지만 의도한 만큼의 효과가 나지 않는다. 수직계열화나 연관 산업 종합화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경영계의 화두이지만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효율성이 높지 않다. 오히려 전문기업의 이익률이 높고, 생존율도 높다. 무분별한 확장전략은 동반부실을 낳는다. 한화도 그룹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10兆이라크 신도시' 등 해외사업도 리스크 높아

국내 대기업들은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한계에 부딪힌 사업구조 때문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만큼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한화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모두가 겪을 위험은 글로벌화다. 양자간, 다자간 FTA로 인해 국경이 무너지고, 글로벌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 추세다. 국내에서 대기업이라는 프리미엄으로 사업을 해 독점적 이익을 버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지금처럼 동네 구멍가게로 해외사업은 못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한화도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삼아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한화생명이 베트남,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다른 동남아 국가로 사업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한화건설이 이라크에서 국내기업의 해외단일공사 수주규모로 가장 큰 80억 달러에 달하는 신도시건설을 수주해 화제가 됐다. 전후 복구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리비아에도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건설 외에도 보험, 정유, 통신 등의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중남미에 산업자재, 농수산물, 가공식품 등을 판매하기 위한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해외시장개척을 위해 목표국가로 정한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의 국가에서 사업성공은 경제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정치권의 변화나 정권의 교체에 따라 정부와 체결한 계약서조차 휴지조각으로 전락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글로벌기업들도 이들 지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많다. 해외사업은 국내사업과 달리 목표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다양한 요소를 면밀하게 분석해 전략을 수립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중국, 이라크 등 몇 개 국가만 보더라도 이들 국가가 글로벌 기업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한화가 제조뿐만 아니라 금융도 중국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중국이라는 시장이 블랙홀이고, 국내 기업 대부분이 단순 제조를 제외하면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중국정부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협약이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등 탈(脫)중국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라크도 국내정치가 불안하고, 종파간, 민족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어 진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내 최대의 건설기업인 현대건설이 이라크 전 후세인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 천문학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한화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 건설도 건설규모는 크지만 대금지급방법, 미분양‧미입주에 대한 해결책, 수익성 등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중동에서 국내 건설업체가 묻지마 건설수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례가 너무 많다. 한화건설도 중동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데, 무모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

이라크, 리비아 등지의 건설사업도 김승연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면피용 이벤트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한화건설이 국내에서도 주요 건설업체에 포함되지 못하는데 하물며 세계 유수의 건설업체가 돈이 되는 이라크, 리비아 건설사업을 한화건설이 수주하도록 방치했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 이들 지역의 공사수주가 끈끈한 인적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험이 일천한 한화가 수주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 십 년 동안 해당 지역에서 한화건설보다 많은 공사를 하고 인맥을 쌓은 기업은 국내 건설업체만 해도 다수 존재한다.

'황제 경영' 오너리스크 줄이기…경영혁신 계기 삼아야

한화의 김승연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재계가 충격을 받고 있다. 재벌 오너들은 어떤 죄를 짓더라도 화려한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정치권과 결탁을 해 면죄부를 받는 것이 당연시됐다. ‘유전무죄(有錢無罪) 유권무죄(有權無罪)’가 관습법으로 헌법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나라가 대한한국이다. 최근 범법행위를 했던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 등이 혜택을 받았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김승연 회장이 추진하던 해외사업이 모두 중단되면서 고용창출과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제왕적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현실에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투자, 사업방향 전환 등을 월급쟁이 경영진이 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리비아, 이라크 등의 정부가 김승연 회장이 전쟁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방문해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막대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겼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김승연 회장이 수감돼 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오지않는 이상 공사대금을 지급하거나 추가 공사계약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이들 국가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화가 김승연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변명치고 궁색하다.

회장이 구속되었다고 경영이 정지되었다면 한화의 경영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한국이 작은 나라라고 해도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OECD가입국이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인데, 재계 서열 9위의 한화가 회장 한 명이 감옥에 있다고 경영이 마비된다면 한심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대기업 회장이라고 해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회장이 기업 이미지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국형 재벌 지배구조나 경영방식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화는 회장의 공백을 기회로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시스템경영을 도입해야 한다. 삼성그룹이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을 계기로 위기에 직면했지만 이후 투명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금융업도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회장이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도 고객의 로열티를 확보할 수 없다. 글로벌 선도기업 대부분은 한화보다 수십 배 더 큰 규모와 복잡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지만 시스템경영이 정착돼 월급쟁이 사장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위기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가 되므로 한화가 회장의 구속이라는 위기상황을 잘 극복해 한 단계 더 성장을 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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