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삼성 망하면 한국도 망하나, 본사 해외로 이전하나”
“삼성 망하면 한국도 망하나, 본사 해외로 이전하나”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저서 ‘삼성의 미래’서 진단… “경영철학 깃든 시스템 구축해야”
입력 : 2018-09-29 03:00:00 수정 : 2018-09-29 03:00:00
‘삼성이 망하면 한국도 망할까’, ‘정치권이 삼성을 계속 괴롭히면 삼성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것인가.’
북한의 핵 개발과 한국의 대통령 탄핵사태로 촉발된 동북아의 정세 불확실성과 함께 한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의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의 미래이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은 “삼성의 위기는 오너의 경영철학 부재, 허울뿐인 기업문화, 구호로 포장된 윤리경영 등과 같은 내부의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진단했다.
누구도 똑 부러지게 이렇다 하고 답을 주기 어려운 이 문제에 처음으로 답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국가정보학’ ‘비즈니스 정보전략’ ‘총성 없는 정보전쟁’ 등 20여 권의 책을 펴내 국내 최고의 정보학 전문가로 평가받는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50) 소장이 이번엔 ‘삼성의 미래: 위기의 삼성, 문화혁신이 답이다’(구비구비)를 출간했다.
“한국 속담에 ‘부자 3대 없고 거지 3대 없다’는 말이 있는데 대기업의 역사가 60년이 넘으면서 망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고 전제한 민 소장은 “삼성그룹도 반도체 호황을 기반으로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실적을 향유하고 있지만 내우외환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견제와 투자로 인해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가전과 스마트기기 등도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의 맹추격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진규 저 ‘삼성의 미래’ 표지.
아울러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SDS·제일기획 등 국내 최고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어려워지면 다른 계열사들도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로 인한 부재와 이재용 부회장과 여동생 2명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편법 및 불법행위로 인한 사회적 지탄과 사법 처리 진행, 그리고 삼성전자의 직업병 문제,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파괴 기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에버랜드의 공시가 상향, 삼성SDS와 같은 주요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위기의 한 축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민진규 소장은 ‘삼성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해석과 전망을 명괘하게 풀어냈다.
결론은 “글로벌 100년 기업은 구체적인 비전과 이해 관계자와 상생하는 철학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삼성도 이건희 회장 때부터 부르짖던 ‘존경받는 100년 기업’으로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즉, 좌파 정부가 삼성을 미워하거나, 일부 언론이 삼성을 헐뜯고 있거나, 다른 대기업이 잘나가는 삼성을 질투해서 등 외부적 요인만이 삼성의 위기를 몰고 온 게 아니라는 진단에 귀를 기울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이 망한다고 한국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고 단언한다. 삼성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다른 대기업도 많이 망했지만 오너만 퇴출됐지 기업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삼성을 괴롭히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근거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다거나 자폭해 망하면 한국도 망할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사회에 유통되는 것도 삼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의를 요망했다.
민진규 소장은 “삼성이 100년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경영철학을 재정립하고, 철학이 깃든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의 위기는 오히려 오너의 경영철학 부재, 허울뿐인 기업문화, 구호로 포장된 윤리경영 등과 같은 내부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하지 못하면 삼성의 위기는 증폭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내외 현장을 방문하고, 대통령과 부총리를 만나 대규모 투자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정부 정책에 협력하겠다고 다짐을 한다고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처방전은 분명하다. 삼성이 고비인 3대 기업, 100년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철학이 깃든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예로 든 모범 사례는 경주 최부자집. 12대, 300년 동안 부를 세습한 경주 최부자집은 경제력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공존 공영’하겠다는 철학을 무기로 부를 유지했다는 것.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고,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말라, 사방 100리 안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등의 가훈은 현대 대기업 오너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처신법이다.
민진규 소장은 삼성의 오너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경주 최부자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후자가 전자보다 사회구성원으로부터 더 큰 존경을 받았다고 꼬집는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최부자는 12대가 모두 낙타를 타고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도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어렵게 쌓은 재산과 권력을 3대, 4대, 5대로 넘기려면 삼성만의 경영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입으로 떠드는 구호가 아니라 진심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경영철학을 연구해 윤리경영의 기준을 설정하고, 삼성 임직원 모두의 생활 속에 녹아들을 수 있는 기업문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하며 다음과 같은 말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더불어 잘 살겠다는 정신이 깃든 윤리경영과 기업문화가 21세기 삼성의 경영철학으로 자리매김할 때 삼성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출처 : 세계일보]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저서 ‘삼성의 미래’서 진단… “경영철학 깃든 시스템 구축해야”
입력 : 2018-09-29 03:00:00 수정 : 2018-09-29 03:00:00
‘삼성이 망하면 한국도 망할까’, ‘정치권이 삼성을 계속 괴롭히면 삼성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것인가.’
북한의 핵 개발과 한국의 대통령 탄핵사태로 촉발된 동북아의 정세 불확실성과 함께 한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의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의 미래이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은 “삼성의 위기는 오너의 경영철학 부재, 허울뿐인 기업문화, 구호로 포장된 윤리경영 등과 같은 내부의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진단했다.
누구도 똑 부러지게 이렇다 하고 답을 주기 어려운 이 문제에 처음으로 답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국가정보학’ ‘비즈니스 정보전략’ ‘총성 없는 정보전쟁’ 등 20여 권의 책을 펴내 국내 최고의 정보학 전문가로 평가받는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50) 소장이 이번엔 ‘삼성의 미래: 위기의 삼성, 문화혁신이 답이다’(구비구비)를 출간했다.
“한국 속담에 ‘부자 3대 없고 거지 3대 없다’는 말이 있는데 대기업의 역사가 60년이 넘으면서 망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고 전제한 민 소장은 “삼성그룹도 반도체 호황을 기반으로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실적을 향유하고 있지만 내우외환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속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견제와 투자로 인해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가전과 스마트기기 등도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의 맹추격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진규 저 ‘삼성의 미래’ 표지.
아울러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SDS·제일기획 등 국내 최고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어려워지면 다른 계열사들도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로 인한 부재와 이재용 부회장과 여동생 2명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편법 및 불법행위로 인한 사회적 지탄과 사법 처리 진행, 그리고 삼성전자의 직업병 문제,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파괴 기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에버랜드의 공시가 상향, 삼성SDS와 같은 주요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위기의 한 축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민진규 소장은 ‘삼성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해석과 전망을 명괘하게 풀어냈다.
결론은 “글로벌 100년 기업은 구체적인 비전과 이해 관계자와 상생하는 철학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삼성도 이건희 회장 때부터 부르짖던 ‘존경받는 100년 기업’으로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즉, 좌파 정부가 삼성을 미워하거나, 일부 언론이 삼성을 헐뜯고 있거나, 다른 대기업이 잘나가는 삼성을 질투해서 등 외부적 요인만이 삼성의 위기를 몰고 온 게 아니라는 진단에 귀를 기울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이 망한다고 한국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고 단언한다. 삼성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다른 대기업도 많이 망했지만 오너만 퇴출됐지 기업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삼성을 괴롭히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근거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다거나 자폭해 망하면 한국도 망할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사회에 유통되는 것도 삼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의를 요망했다.
민진규 소장은 “삼성이 100년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경영철학을 재정립하고, 철학이 깃든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의 위기는 오히려 오너의 경영철학 부재, 허울뿐인 기업문화, 구호로 포장된 윤리경영 등과 같은 내부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하지 못하면 삼성의 위기는 증폭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내외 현장을 방문하고, 대통령과 부총리를 만나 대규모 투자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정부 정책에 협력하겠다고 다짐을 한다고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처방전은 분명하다. 삼성이 고비인 3대 기업, 100년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철학이 깃든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예로 든 모범 사례는 경주 최부자집. 12대, 300년 동안 부를 세습한 경주 최부자집은 경제력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공존 공영’하겠다는 철학을 무기로 부를 유지했다는 것.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고,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말라, 사방 100리 안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등의 가훈은 현대 대기업 오너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처신법이다.
민진규 소장은 삼성의 오너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경주 최부자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후자가 전자보다 사회구성원으로부터 더 큰 존경을 받았다고 꼬집는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최부자는 12대가 모두 낙타를 타고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도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어렵게 쌓은 재산과 권력을 3대, 4대, 5대로 넘기려면 삼성만의 경영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입으로 떠드는 구호가 아니라 진심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경영철학을 연구해 윤리경영의 기준을 설정하고, 삼성 임직원 모두의 생활 속에 녹아들을 수 있는 기업문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하며 다음과 같은 말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더불어 잘 살겠다는 정신이 깃든 윤리경영과 기업문화가 21세기 삼성의 경영철학으로 자리매김할 때 삼성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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