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일기와 국가역사와의 관계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7 오전 10:00:00
부지런한 사람은 자신의 일기를 매일 매일 쓴다. 물론 조금 덜 부지런한 사람은 며칠에 한번씩 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학교다닐때 숙제로 열심히 쓰다가 성인이 되면 쓰지 않게되는 것이 일기이다. 자신의 인생기록임에도 불구하고 귀찮다고, 또는 매일 특이한 일이 없다고 쓰지 않게 된다. 그래도 잠자기 전에 일기를 쓰고 나면 기분도 좋고, 뭔가 복잡하고 납해한 일들이 정리되었다는 느낌을 가져서 좋은 것 같다. 우리가 일기를 쓸때도 그날 일어난 일을 모두 거론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중요하거나 특이한 일을 쓰고, 자신의 감정이나 반성, 교훈 등을 적게 된다.

한 나라의 역사도 이런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있었던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남김없이 모두 긁어 모아 역사를 쓰는 경우는 없다. 여러가지 사실들 중에 몇가지 사실만을 골라내어 쓰게 된다. 그 기준은 '뭔가 기록할 만한 필요 내지는 가치를 가지는가'이다. 따라서 역사를 쓰는 사람에 따라 주관성이 개입하게 되어 완전하게 객관적인 역사서술은 없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민중의 생활을, 어떤 학자는 왕조의 변화를, 어떤 학자는 문화변천을, 어떤 학자는 법률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며, 당연하게 자신의 판단과 가치기준에 따라서 수많은 사실들 중에서 취사선택하여 서술하게 된다. 따라서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술자의 입장이나 가치관을 먼저 알아야 한다.

개인의 일상사를 적는 일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초등학생은 그날 일어난 일은 시간대별로 모두 적지만, 중학교만 들어가게 되도 중요한 일만 취사선택하여 정리하고 자기의 생각을 적게 된다. 어떤 일을 적게된 이유와 자신의 생각, 그 일에서 느낀 점 등을 정리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그 일기를 보면 조금 유치하게 생각되는 부문도 있고, 다르게 해석하는 부문도 있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지식과 생각, 가치관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과거의 사실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 상호간의 관련을 해석하므로써 하나의 통합된 전체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항상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보고, 해석을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국가의 역사와, 자신의 일기를 해석함에 있어서 스스로 문제를 느끼고 과거에 의문을 던질때 만이 그 내면의 진실과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을 적은 일기는 인생의 거울과 같은 존재이다. 좋고 나쁜게 없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기록된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해석해 보고 의미를 부여하여야 한다. 국가의 역사도 반드시 과거의 진실만을 담고 있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듯이 일기도 자신의 분노와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 행위와 걱정 자체가 성인군자가 아닌 대부분 사람들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매일매일 한줄이라도 일기를 쓰는 결심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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