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기업문화[롯데의 Organization: Job & People]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06-12 오전 10:07:00

기업문화분석<7회>


7편 롯데의 기업문화



롯데의 Organization: Job & People

롯데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제시한 5대 전략과제 중 2개가 인력에 관련돼 있다. 기업경영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표시이지만, 실제로 그러한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2개의 전략과제는 ‘직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미래인재를 양성하겠다’이다. 롯데 조직의 경쟁력은 회장의 지도력과 업무 매뉴얼에서 나온다. 회장의 리더십은 이미 검증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번 언급했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다. 그렇다면 롯데의 업무 매뉴얼은 어떠한가?

유통업은 제조업과는 달리 업무가 복잡하지 않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유통기업은 제조기업과는 달리 직원의 능력이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단순반복적인 업무의 수행을 위해 저학력위주의 인력을 채용하였고, 낮은 급여로 인해 이직률(turnover)이 높았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개발한 것이 업무 매뉴얼이다. 아침에 첫 출근을 한 직원도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실무를 가르치는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던 것이다.

업무 메뉴얼이 형식지 형태로 되어 있느냐, 암묵지 형태로 되어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바람직하게는 형식지로 되어 있어야 되지만, 부서 책임자에게 과중한 책임을 묻게 되면 복잡하지 않은 매뉴얼 정도는 구전(口傳)으로라도 전수되게 마련이다. 롯데가 관리의 삼성보다 업무 매뉴얼이 잘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업무의 단순성이라는 장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는 누가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언제 해야 하는지,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지 체계화되어 있어 직원의 급격한 변화와 관계없이 사업을 잘 유지하고 있다. 업무 매뉴얼만 잘 되어 있다면 누가 해도 최소한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직원의 능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다음으로 조직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 사람, 즉 인력에 관한 것이다. 과거 수요가 초과되던 시절의 유통업은 직원의 능력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급이 초과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업도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서비스의 품질을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고 관련 직원 전원을 해고하고, 다시 뽑아 바로 현장에 투입했다는 롯데 회장의 결단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도 일부 핵심 책임자의 경험과 암묵지 형태로 남아 있던 업무 매뉴얼 때문에 사업에는 지장이 없었다. 아마도 이런 사고와 전통이 롯데가 직원의 중요도를 평가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요즘 글로벌 기업이 전부 인재를 중시하고, 인재경영을 한다고 하니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지향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인재에 대한 과제를 제시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소매점이 많은 특성상 롯데의 임직원을 만날 기회가 많은데, 이들의 변화를 느낄 수 없다. 롯데가 인재양성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거나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정치적인 역량에 따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직원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종합해 보면 구호로만 인재를 중시한다고 볼 수 있고, 롯데의 직원이 다른 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재계 서열 5위의 그룹위상에 비해 급여나 복지 등이 열악하다는 평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새겨 들어야 한다. 덩치는 커졌는데 그에 비례해 머리가 똑똑해지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 실질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가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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