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으로 본 국가정보 교훈
2009년의 마지막 날,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컴퓨터에 앉아 몇 자 적게 된다. 평소에 TV를 보지 않아 무슨 프로가 하는지 모르는데,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해서 한꺼번에 몰아서 보았다. 미실과 선덕여왕, 김유신, 비담 등으로 나온 탤런트의 연기도 좋았지만, 줄거리도 재미있었다. 주몽 이후 간만에 재미있는 드라마를 본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주목을 끈 사람이 세 명이다. 미실과의 정치싸움에서 져 은둔거사로 국가의 미래를 대비하다 제자의 손에 죽은 문노, 선덕여왕의 연인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비담, 상인으로 정치적 야망을 충족하려고 반란을 일으킨 염종이다. 이들을 통해 국가정보전략이 어떻게 수립되어야 하고, 국가정보기관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국가가 어떤 위기에 봉착하는지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먼저 문노는 미실과의 정치싸움에 지자, 속세를 떠나 국가의 대업인 ‘삼한일통(三韓一統)’을 이루는 초석을 준비한다. 국가의 재정적인 도움이나 행정 편의 없이 스스로 장사꾼인 염종을 통해서 백제와 신라의 정세를 파악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리를 조사해 삼한지세(三韓地勢)라는 지도책을 완성하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언젠가 이루어야 할 국가적 대업을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은둔하고 있었지만, 국가를 위해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때 홀연히 나타나 국내 정치싸움으로 잊혀져 버린 장기적인 국가정책목표를 일깨워준다.
하지만 문노는 일선을 떠나 방관자가 된 국가 인재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 주었다. 국시(國是)를 이루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도의 주인을 찾는 과정은 교만하기까지 하다. 자신만이 세상의 구원할 수 있고 적임자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에 이끌려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십 년간 준비한 책의 주인이 비담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김유신 이라고 마음을 돌린다. 이를 알아차린 비담은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되고 결국 책을 가지기 위해 스승을 죽이는 패륜을 저지른다. 문노는 국가를 구한다는 거창한 꿈을 세우고 치밀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이 마지막 한 수의 패착이 결국 자신을 허망한 죽음으로 이끌게 된다.
다음 비담은 미실의 버려진 아들로 문노의 제자로 받아들여져 키워지지만, 자신의 신분과 야망이 드러나면서부터 인생이 비극적으로 꼬이게 되고 결국 반란의 주모자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비담과 선덕여왕의 비극적인 사랑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고, 비담의 운명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담은 선덕여왕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량부라고 하는 기관의 수장이 되지만 사리사욕을 추구한다. 사량부는 해외 및 국내정보 수집과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현재의 국 정원 과 감사원의 기능을 수행하는 막강한 권력기관이었다. 그런데 비담은 이러한 막중한 국가임무를 수행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 하였다.
국정을 농단한 미실세력을 감시하고 통제하라는 임무를 부여 받지만 오히려 이들 세력이 은밀히 힘을 키우고 반란을 준비하는 것을 방임하게 된다. 또한 비담은 자신의 야욕을 펼치기 위해 국내정치싸움에 몰두하면서 주변국의 정세를 파악해야 하는 임무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위의 교두보가 되어야 할 주요 군사 지휘관을 정적으로 여겨 숙청하기 위한 책략을 세우는데 몰두한다. 비담의 결정적인 흠결은 백제의 침략으로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봉착하지만 이를 해결한 능력도 없으면서 오히려 이를 자기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왕과 권력을 흥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정보를 다루고 사정기능을 수행하는 권력기관의 기관장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드라마에서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비열한 인간으로 묘사되는 염종은 주군을 잘못 선택한 결과로 인생의 마지막에 무리수를 두다가 허무하게 죽는다. 초기 염종은 해외무역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지형과 물정을 문노에게 제공하여 최소한의 국가이익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 때만 하더라도 이익만 추구하는 장사꾼이 그래도 국가관과 애국심은 남아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불법적인 노름판을 비밀리에 운영하면서 권력자와 연계를 맺는 과정에서 무능하고 위선적인 국가 핵심 권력자들의 진면목을 보게 되었고, 비담과 사적인 관계를 맺게 되자 권력에 대한 자신의 야망을 드러내게 된다.
돈으로 권력을 사고 싶었던 염종은 자신이 이룬 부를 바탕으로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 요로에 심어둔 내부 첩자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실제 이 정보는 비담이 사량부령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적인 정보에 의존함으로써 국가의 전체적인 흐름과 대외정세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또한 방대한 정보망에 의존한 지나친 자신감은 반란으로 이어지고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력 모두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된다. 정보를 다루는 사람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정보를 지나치게 신뢰해서 가지는 자만심이다.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세태 속에서 현대 정치나 권력투쟁, 인재를 파악하고 등용하는 방법, 국가의 명분, 권력다툼 속에서도 잊지 않아야 할 대의 등 요즘 사람들이 반드시 배웠으면 하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사람을 얻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사람을 버리는 데는 더 큰 고민을 하고 최후까지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대사에서는 할말을 잃었다. 권모술수와 이기적인 처세가 세상을 사는 나참반인양 떠들고 행하는 소인배들이 기억해야 할 많은 교훈을 남겨준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먼저 문노는 미실과의 정치싸움에 지자, 속세를 떠나 국가의 대업인 ‘삼한일통(三韓一統)’을 이루는 초석을 준비한다. 국가의 재정적인 도움이나 행정 편의 없이 스스로 장사꾼인 염종을 통해서 백제와 신라의 정세를 파악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리를 조사해 삼한지세(三韓地勢)라는 지도책을 완성하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언젠가 이루어야 할 국가적 대업을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은둔하고 있었지만, 국가를 위해 자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때 홀연히 나타나 국내 정치싸움으로 잊혀져 버린 장기적인 국가정책목표를 일깨워준다.
하지만 문노는 일선을 떠나 방관자가 된 국가 인재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 주었다. 국시(國是)를 이루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도의 주인을 찾는 과정은 교만하기까지 하다. 자신만이 세상의 구원할 수 있고 적임자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에 이끌려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십 년간 준비한 책의 주인이 비담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김유신 이라고 마음을 돌린다. 이를 알아차린 비담은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되고 결국 책을 가지기 위해 스승을 죽이는 패륜을 저지른다. 문노는 국가를 구한다는 거창한 꿈을 세우고 치밀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이 마지막 한 수의 패착이 결국 자신을 허망한 죽음으로 이끌게 된다.
다음 비담은 미실의 버려진 아들로 문노의 제자로 받아들여져 키워지지만, 자신의 신분과 야망이 드러나면서부터 인생이 비극적으로 꼬이게 되고 결국 반란의 주모자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비담과 선덕여왕의 비극적인 사랑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고, 비담의 운명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담은 선덕여왕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량부라고 하는 기관의 수장이 되지만 사리사욕을 추구한다. 사량부는 해외 및 국내정보 수집과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현재의 국 정원 과 감사원의 기능을 수행하는 막강한 권력기관이었다. 그런데 비담은 이러한 막중한 국가임무를 수행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 하였다.
국정을 농단한 미실세력을 감시하고 통제하라는 임무를 부여 받지만 오히려 이들 세력이 은밀히 힘을 키우고 반란을 준비하는 것을 방임하게 된다. 또한 비담은 자신의 야욕을 펼치기 위해 국내정치싸움에 몰두하면서 주변국의 정세를 파악해야 하는 임무를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위의 교두보가 되어야 할 주요 군사 지휘관을 정적으로 여겨 숙청하기 위한 책략을 세우는데 몰두한다. 비담의 결정적인 흠결은 백제의 침략으로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봉착하지만 이를 해결한 능력도 없으면서 오히려 이를 자기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왕과 권력을 흥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정보를 다루고 사정기능을 수행하는 권력기관의 기관장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드라마에서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비열한 인간으로 묘사되는 염종은 주군을 잘못 선택한 결과로 인생의 마지막에 무리수를 두다가 허무하게 죽는다. 초기 염종은 해외무역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지형과 물정을 문노에게 제공하여 최소한의 국가이익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 때만 하더라도 이익만 추구하는 장사꾼이 그래도 국가관과 애국심은 남아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불법적인 노름판을 비밀리에 운영하면서 권력자와 연계를 맺는 과정에서 무능하고 위선적인 국가 핵심 권력자들의 진면목을 보게 되었고, 비담과 사적인 관계를 맺게 되자 권력에 대한 자신의 야망을 드러내게 된다.
돈으로 권력을 사고 싶었던 염종은 자신이 이룬 부를 바탕으로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 요로에 심어둔 내부 첩자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실제 이 정보는 비담이 사량부령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적인 정보에 의존함으로써 국가의 전체적인 흐름과 대외정세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또한 방대한 정보망에 의존한 지나친 자신감은 반란으로 이어지고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력 모두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된다. 정보를 다루는 사람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정보를 지나치게 신뢰해서 가지는 자만심이다.
막장 드라마가 판치는 세태 속에서 현대 정치나 권력투쟁, 인재를 파악하고 등용하는 방법, 국가의 명분, 권력다툼 속에서도 잊지 않아야 할 대의 등 요즘 사람들이 반드시 배웠으면 하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사람을 얻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사람을 버리는 데는 더 큰 고민을 하고 최후까지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대사에서는 할말을 잃었다. 권모술수와 이기적인 처세가 세상을 사는 나참반인양 떠들고 행하는 소인배들이 기억해야 할 많은 교훈을 남겨준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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