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IA같은 국정원이 되라고 하는데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6 오후 4:16:00
세상이 온통 개혁의 구호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정권인수위원회라는 것이 생겨나서 현재 정부가 시행한 정책들을 보고 받고 자신들이 선거에서 제창한 공약들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은 개인적인 생각들이 여과 없이 흘러나오고 직업 공무원들이 죄인처럼 다루어지고 있어 걱정이 된다. 공무원들은 정치권이 만든 법과 논리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였을 뿐인데, 이들을 비난하기 위해서는 탈법적, 초법적, 불법적 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져야지, 현 정부를 위해서 열심히 일한 사실이 문제라는 식의 지적을 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정권인수위원회라는 조직도 정치조직에 불과하고 국민들의 민의에 따라 활동을 하여야 하는 것이지 세상의 선과 악을 심판하는 재판관의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이런 정권인수위원회가 국가정보원에 대해 몇 가지 쓴 소리를 내어 놓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국가정보취합기능을 국정원으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 국정상황실, 국방부, 검찰청, 경찰청, 외교통상부 등 각 국가정보기관에 개별적으로 부여된 정보취합기능을 국정원으로 일관화하여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물론 당연하게 정보란 통합되어야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종합적인 판단력을 높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모든 정보가 국정원으로 통합되었을 때 정보의 독점 폐해와 충분하게 예측 가능한 문제들에 대해서 법적, 제도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정권에 악용되는 측면이 있던 대북정책 부문을 외교통상부나 통일부로 이관한다고 한다. 아마도 지난 정권이 소위 말하는 ‘햇볕정책’에 대한 반발에다 국정원이 지나치게 대북정책에 관여한 과거를 꼬집은 것일 것이다. 대북정책을 어디에서 하는지를 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먼저 ‘북한이 아직도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인가?’하는 점이다. 그리고 ‘외교통상부나 통일부 등 업무를 이관 받을 부서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충분한가?’이다.

셋째 국정원의 국내정치사찰을 막기 위해 국정원법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문도 무조건 국정원 조직이 국내정치사찰에 동원되어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국내 정치사찰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현재 어떤 폐해가 있는지 등에 관한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과거 군사정부시절에 하던 야당탄압이나 특정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한 탈법적, 불법적 정보수집업무를 국내 정치사찰이라고 하면 문제가 있지만, 국내 정치세력에 있을지 모르는 국가이익을 저해하는 정치인들의 동향을 체크하고 방어하는 것이라면 당연하게 국가정보기관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이다. 아직도 냉전논리에 휩싸여 북한에 협조하는 친북인사들만이 국가이익을 해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친북(親北)이던, 친미(親美)이던, 친일(親日)이던, 친중(親中)이던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좀 먹거나 해칠 개연성이 있는 모든 정치인과 경제인들을 사찰하는 것은 국가정보기관의 주요한 임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의 3가지 주요 개혁방향에 대해 반대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심사숙고(深思熟考)’하여 정말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정보원을 설계하고 힘을 실어 주었으면 한다. 과거 군사정권이나 그 이후의 문민정부하에서도 각 정파들이 국가정보기관들을 사(私)적인 목적으로 악용하였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러한 논란이 재연되어 온 것이다. 이번 인수위원들도 정치인이고, 이번 정권도 국민들이 5년간 국가를 잘 이끌어 달라고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권은 5년에 불과하지만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가이익을 수호하여야 하는 국가정보기관은 대한민국과 영원히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한마디 첨언하여 본다면 미국의 CIA에 비전문가들이 알고 있듯이 대단히 효율적이고 잘 운영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CIA의 장점이 뭔지, 문제점이 무엇인지 면밀히 연구하고 나서 벤치마킹(Benchmarking)을 할 모범사례로 지정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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