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民意)가 무엇인가?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8 오후 3:23:00
선거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러 논란들이 가라앉지 않고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태풍의 핵으로 떠올라 나름대로 성과를 낸 친박연대의 한나라당 복당 문제가 그렇고, 혁신정당을 내건 창조당과 지역당을 표방한 선진당,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당선자의 경력과 이력이 일반인의 상식의 도를 넘고 있는 모양이다.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치인들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고 있으니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권력집단간의 ‘견제와 균형’이란 측면에서 이번 선거의 결과에 민의가 충분하게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은 알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알지 못하고 있는 민의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먼저 국민들은 이념을 떠나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라고 정치권에 주문한 것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좌파’이니 ‘우파’이니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당연하게 경제문제가 선거의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과거의 선거에 비하여 지역적인 색채도 많이 퇴색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특히 서울의 선거결과를 보면 지역의 경제 살리기가 주된 화두였음을 알 수 있다. 여야 구분 없이 대부분의 후보자는 뉴타운 개발이니 하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전통적인 야당지역이라고 하는 곳에서 조차 지역민들은 여당 후보를 뽑은 것이 부동산 개발을 통한 재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투표행태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둘째 사회적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친박연대와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자,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후보자들이 대거 당선된 것은 이들이 구시대 정치인이고, 현재 권력실세들에게 미움을 받았다고 하여도 분명 시대적 민의를 이해하고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주요 실세들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떨어진 것은 이들이 민의보다 권력투쟁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 관점에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도 당 내부 권력투쟁보다는 국가이익과 민의를 감안할 수 있는 관점에서 경쟁을 하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선거구 내의 소(小)지역간, 혹은 계층간, 혹은 집단 간의 반목과 경쟁으로 분열과 적의가 생겼다면 화합과 통합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으면 한다.

셋째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몇 가지 정책들을 국민들이 모두 지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뉴타운 개발이 모든 지역민에게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뉴타운 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국가경제나 지역경제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국가이익과 경제영향을 고려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또한 지난 대통령 선거 핵심공약인 대운하 건설도 이번 선거를 통해 충분하게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운하 전도사라고 하는 여당의 권력 실세 후보자들이 야당의 표적이 되어 탈락한 것으로 민의가 충분하게 반영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야당이던 여당이던 다른 여러 공약들 중에서도 민의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공약하였던 정책이나 약속들은 원점에서 재검토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4년 후의 선거에서 준엄한 민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선거 끝난 지가 며칠이 지났는데도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반영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어영부영 시간만 때우면서 권력투쟁이나 하고 있는 한심한 정치인들을 보면서 답답한 심정에서 몇 자 적어보았다. 정치인은 먹고 살기 바빠 시간이 없는 국민들을 대신하여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지 국민의 위에 군림하면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선거철에만 국민을 위한다고 노래를 부르지 말고 평소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때만이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정치꾼들이 판치는 선거는 이 땅에서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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