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 2막의 계획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8 오후 3:25:00
옛날에는 나이 40이 되면 ‘불혹(不惑)’이라 하였고, 나이 50이면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제 인간의 평균 수명이 80세에 이르러서 40~50대는 중년으로 취급 받지도 못하고 있다. 물론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말이 유행하여 이 세대를 은퇴자라는 직업군으로 내몰고 있지만 행복한 은퇴생활을 전부 보장받고 있지는 못하다. 길게 잡아야 60대 초∙중반이 되면 대부분 은퇴를 하게 된다. 국민복지제도가 제대로 되지 않은 한국에서 은퇴한다고 모두 편안하고 푹 쉴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인생 1막에서 건강관리도 잘하여 아프지 않아야 하고, 평소에 가족과 친구관리를 잘 하여 고독하지 않아야 하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행복한 것이다. 한국의 은퇴자 중에 이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며칠 전 은퇴하신 선배님이 보내주신 글 중에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이 있어서 공유하였으면 한다. 물론 이 글의 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중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귀담아 들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덕에 65세 때 당당히 은퇴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 95번째 생일에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세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세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위의 글을 쓴 어르신처럼 내 주위에 있는 선배들이나 친구들도 치열한 인생 1막을 빨리 정리하고 최대한 빨리 은퇴하여 여유롭지만, 덤으로 남은 인생 2막을 운명으로 여기고 살겠다고 말한다. 여행이나 다니고, 등산이나 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은퇴한 선배님은 여행이나 등산도 하루 이틀하고 나면 지겹거나 지겹지 않더라도 매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건강도 허락해야 하고, 같이 다닐 친구도 있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슴에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위의 글을 읽고 정신이 바짝 든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생각이 전혀 하지 않고 있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끄럽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이제 우리는 인생 80년을 계획하고 살아야 한다. 사실 30세까지는 학교 다니느라, 취업하느라, 사회생활 준비하는데 다 보낸 것이고 진정한 사회생활은 30살에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기업들도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여 직원들의 은퇴연령도 높이고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도 노인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은 이런 목소리를 높이고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은 국가적 차원의 준비도 사회 총체적인 준비도 거의 안된 수준이다. 개인들도 사회변화에 발 맞추어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지식을 쌓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준비도 미약한 실정이다. 평생직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고 평생교육을 받으면서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초가을 아침에 한번 더 인생 각오를 다듬어 본다.
저작권자 © Institute for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pinion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