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기업문화(6회)-日기업과 비슷한 T자형 혁신모델[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그린경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8월 19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롯데그룹편]을 소개합니다.
롯데의 기업문화(6회)-日기업과 비슷한 'T자형' 혁신모델
日기업과 비슷한 ‘T자형’혁신모델 택했으나
미완성으로 사업성과가 조직과 시스템에 전이되지 않아
한 개 기업 부실하면 다른 기업까지 동반 침몰 가능성
‘亞10대기업’목표한다면 기업문화 바꾸어야
종합적인 평가와 발전방향
현재 롯데는 급성장한 기업으로 미래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아직도 기업문화를 생소하게 여기는 기업이 많지만 기업문화혁신이 글로벌시대에 직면한 국내기업의 현안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롯데도 국내에서 껌이나 과자를 만들어 동네 구멍가게에 납품만 한다면 기업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다.
그러나 롯데는 이미 수십 개 업종에 백 여 개의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이고, 아시아 10대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어 현재의 마인드와 기업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롯데의 기업문화를 기업문화 측정과 혁신도구인‘SWEAT Model’에 적용해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해 보자.
5-DNA 10-Element의 성취도 분석
롯데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의 5-DNA 10-Element를 점수로 평가해 보면 [그림 3-1]과 같다. 전체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수준에는 미흡하나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요소(Element)는 제품(product), 시장(market), 이익(profit)이고,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책임(responsibility), 위험(risk), 경영도구(methodology)이다. 일(job)과 사람(people), 운영(operation)과 목표(goal)는 중간 정도의 점수를 받았다.
비전(Vision)에서 아시아 10대 기업이라는 목표는 있지만 임직원, 비즈니스 파트너, 사회, 국가 등에 대한 책임은 없다. 기업의 목표가 높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의 상황, 자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달성가능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 성과(Performance)는 이익은 무난한 수준이지만 정치밀월, 과도한 부동산 투자, 사회적 비난 등 비재무적 위험은 높은데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일 측면에서도 업무매뉴얼이 존재하고 구두로 업무를 인수인계하도록 하는 체계가 있지만 현재의 관리수준으로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사업(Business)에서 제품과 마켓에 대한 부문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소비재의 수직계열화는 상당한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독점 수준의 시장지배력을 가졌다. 감각적인 마케팅 전략도 경쟁자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잘 나가도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경제전문가로서 이해되지 않지만‘초과이익 공유제’라는 논쟁이 활발했던 이유가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때문이다.
기업문화 위험의 관리전략
기업이 기업문화 5-DNA를 어떻게 인식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나타낸 것이 [그림 3-2]이다. 각 DNA의 성취도는 개별적으로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다른 DNA와 유기적 조화도 평가해야 한다. 기업이 경영전략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수준도 내부의 주관적 관점이 아니라 전문가의 객관적 시각에서 조명할 필요성이 있다.
롯데의 기업문화를 위험의 관리전략으로 보면 비전은 목표의 달성 가능성이 낮고 책임 부문은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에게는 후한 반면 롯데는 직원도 비정규직이 주류이고 이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성과는 이익은 좋지만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
사업은 마케팅 정책은 좋지만 제품의 구성이나 업종의 확장이 원칙이 없어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즉 소비재 수직계열화나 유통전문기업 등으로 영역을 확정하는 것이 좋다. 시스템은 운영부문에는 최적화를 이루고 있지만 경영도구의 관점에서는 전략적으로 고민을 할 필요성이 높다.
대부분 관리 가능한 위험에 해당하기 때문에 혁신의 기회는 남아 있다. 문제는 경영진의 개혁의지이고, 임직원이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consensus)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혁신이 상시화 되기 위해서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내부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 혁신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롯데가 채용하고 있는 혁신 전략
SWEAT Model로 분석하면 롯데의 기업문화 혁신방법은 일본기업이 주로 채용하는 ‘T-Type Model’을 채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창업주가 재일동포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선진화된 일본의 기업문화를 한국에 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도 ‘관리의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일본 기업을 열심히 공부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경제개발 모델과 기업문화 관리가 한국기업의 교과서였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일본식 혁신방법인 T-Type Model의 약점은 비전의 정립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문화가 갖고 있는 모든 장점과 단점이 롯데 기업문화에 내재되어 있다. 이 모델은 리더의 탁월한 사업적 판단을 발판으로 성과를 내고, 이 성과를 조직과 시스템에 적용한다. 롯데도 신격호 회장의 사업을 읽는 눈과 감각, 지도력을 발판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T-Type Model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롯데의 문제점은 아직 일본 선도기업이 채택하는 T-Type Model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롯데는 사업적 성과가 조직과 시스템으로 완전하게 전이되지 못했다. 따라서 신동빈 회장의 2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지도력의 공백이 생기고 성과가 목표수준에 미달하게 된다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롯데 사업의 핵심인 수직계열화는 내부거래의 최적화 측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지만, 핵심이든, 핵심이 아니든 한 개의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모든 계열사가 동반 침몰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서열 5위이자 유통업의 공룡인 롯데의 미래는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0만 자영업자가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정치권에서조차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에서 롯데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가여론이 양분되고 사회적 반감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사업확장이 기업의 최우선 목표라고 한다면 롯데는 건전한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으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기업문화 전문가로서 신동빈 회장을 필두로 현재의 기업문화를 혁신해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롯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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